전체 보이스피싱 피해자 57%가 개인정보 노출 많은 2030…사기범 주 공격대상 된 여성층 피해 커
[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5만원만 대신 보내줘. 나중에 갚을게." 기자는 최근 페이스북 메세지를 통해 지인으로부터 문자 하나를 받았다. 지인이 해외에 가 있는데 친구의 결혼식 축의금을 보낼 수 없으니 대신 보내달라는 부탁이었다. 가까운 지인인데다 큰 돈이 아니었기에 "그러겠다"고 답했다. 해외 로밍을 하지 않고 있다면 통화가 아니라 페이스북 메시지로 부탁할만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지인의 페이스북이 해킹당한 것이다. 누군가가 지인의 계정으로 가짜 메시지를 보낸 사기극이었다. 계정 관리가 소홀한 것도 원인이지만, 기자도 당할 수밖에 없을 만큼 금융사기는 날로 치밀하고 대담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전화로 상대를 속이는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금융사기의 피해자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2030 세대의 피해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30 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인터넷 사용이 많아 전화번호,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 노출 빈도가 잦기 때문이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조원진 의원(새누리당)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3~8월 집계된 연령대별 보이스피싱 현황에서 20대의 피해건수가 1428건(33.0%)으로 가장 많았다. 30대 1055건(24.4%)을 합치면 2030 피해가 전체의 57.4%를 차지한다.
또한 금융사기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취약하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 8월까지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자 중 여성이 절반을 넘는 63.5%(7621명)를 차지했다.여성 피해자 비중은 2013년 5월 51%에서 올 들어 63.5%로 무려 12.5%포인트나 증가했다. 조성목 금감원 선임국장은 "여성들의 취약한 심리를 금융 사기범들이 노리기 시작하면서 여성들의 피해가 최근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을 포함한 금융사기 피해를 막으려면 개인의 경각심 뿐만 아니라 정부의 관리·감독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사기 피해규모는 올 상반기 월평균 260억원에서 최근 2개월(7~8월) 190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기가 월평균 2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라면 매우 심각하다"며 "금융당국의 신속하고 강도 높은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피해 차단을 위한 기술 보완도 시급하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중소 별정통신사업자들 가운데는 비용과 기술 문제로 발신 번호 조작을 차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발신 번호를 조작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한 것인데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이런 기술적 틈새를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별정 통신사가 난립하면서 발신 번호 조작을 차단하기 위한 수사기관과의 협조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은 "발신번호 조작을 차단하면 보이스피싱 범죄를 예방하는데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일부 별정통신사를 통한 발신번호 조작을 지속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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