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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살리기 매진한다더니…朴, 왜 지금 '역사논쟁' 불 지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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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 결부된 '근현대사 사관 재정립'…朴대통령, 임기초부터 뜻 내비쳐
50%대 지지율, 집권 3년차 막판…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본 듯
세월호ㆍ비선라인 등 이슈 끊이지 않아 집권초반 추진 실기(失期)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김보경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로 '이념전쟁'에 불을 지핀 것은 그만큼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하려던 숙원사업이었다는 점을 방증한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4대 부문(공공ㆍ노동ㆍ교육ㆍ금융) 개혁 등 경제살리기에 매진하기 위해 정치적 논쟁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바 있다.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가 불거질 때마다 '경제를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며 부정적 태도를 보였던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시기적으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념문제를 꺼냄으로써 여권 분열을 일시에 봉합시키고 보수층을 결집하겠다는 취지가 있다. 그러나 국정 장악력이 살아있을 때 이 문제를 해결하고 가겠다는 의도가 더 강하게 드러난다. 지지율이 50%를 넘나드는 현 시점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보는 것이다. 아울러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야당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협상용 카드로 활용한다는 전략적 판단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안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국정화의 필요성을 직접 설명하지 않고 있다. 13일 오후 방미(訪美) 출국에 앞서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입장을 밝힐 기회가 있지만 그마저 황교안 총리에게 회의를 대신 주재토록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2일 박 대통령의 의견 표명 계획을 묻는 질문에 "지금까지 대통령께서 올바르고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신 바 있다고 전했는데, 현재로서 이것 이상의 말씀이 있을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통한 '근현대사 좌편향 해소' 작업은 사실 박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시작됐다. 박 대통령은 취임 4개월째이자 첫 6ㆍ25를 맞았을 때 이 문제를 처음 거론했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학생들 중 상당수가 '6ㆍ25가 남침인지 북침인지 모른다'는 결과가 나오자, 박 대통령은 지난 2013년 6월 1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것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새 정부에서는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며 강력히 문제를 제기했다.


박 대통령은 6ㆍ25 당일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같은 취지의 발언을 반복하며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리고 지난해 2월 박 대통령은 근현대사 서술 부분의 '이념적 편향성'을 두루 손보겠다는 의지를 담아 역사 교과서 발행 체계 개선을 공식화한다. 박 대통령은 "정부의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많은 사실오류와 이념적 편향성 논란이 있는 내용은 이런 것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사실에 근거한 균형 잡힌 역사 교과서 개발 등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고 지시했다. 정부의 검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사실상 국정화 추진을 지시한 것이다.


'부친의 역사적 평가'와 결부된 근현대사 사관 재정립 작업은 박 대통령이 정권 초기부터 강력히 밀어붙이려던 핵심과제였지만, 여러 이슈에 묻혀 추진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임기 절반이 지나갔다. 박 대통령의 '제도 개선 지시'가 있은 후 두 달 만에 세월호참사가 터졌기 때문이다. 또 청와대 문건 유출과 비선라인 논란 등 정치적 이슈가 잇따라 불거지고 지지율이 급락한 것도 박 대통령이 일련의 계획을 유보하게 된 이유다.


12일 교육부의 국정화 방침 발표 후 박 대통령은 13일 방미 출국 및 16일 한미정상회담 등 일정을 소화하고 18일 귀국한다. 그 사이 이번 이슈에 대한 여론의 추이를 살펴본 뒤 귀국길 전용기 내 간담회 등을 통해 의견을 표명하거나 발을 빼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관측된다. 잠잠하던 역사 교과서 문제는 정치권에서 자생적으로 불거진 것이란 명분도 확보한 만큼, 박 대통령이 개입하지 않을 공간도 마련한 상태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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