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등장에 맞서 시중銀-저축銀 연계 영업도 활발
우리銀 '위비 모바일 대출' 하루 평균 10억원 실적…신한·기업銀도 고객몰이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연 5~8%의 중금리 대출이 전성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시킬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기존 은행들도 그에 대응하는 상품들을 내놓으면서 관련 상품들이 크게 늘고 있다. 정부가 시중은행-저축은행의 연계 영업을 유도한 것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모바일 중금리 대출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은 우리ㆍ신한ㆍIBK기업은행 등이다. 이 상품들은 은행에 방문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소액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인 상품은 우리은행의 '위비 모바일 대출'이다. 지난 6월 문을 연 모바일전문은행 위비뱅크가 내놓은 이 상품은 출시 3개월만인 지난 9월말 8400건, 33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하루 평균 10억원의 대출 실적을 올린 셈이다. 별도의 서류심사 없이 최대 1000만원까지 신용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 금리는 연 5~9% 수준이다.
오호진 우리은행 스마트금융부 부부장은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대출시 은행 직원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한다"며 "직장인들이 주요 고객으로, 소액의 긴급자금이 필요할 때 주로 많이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이 지난 6월 출시한 '스피드업 직장인 모바일대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 6일 기준 신청건수는 9969건, 금액은 309억원에 이른다. 금리는 연 5~8%. 이 상품 역시 역시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 서류심사 없이 500만원까지 당일 대출이 가능하다.
지난 8월 출시된 기업은행의 '아이원 직장인스마트론'은 6일 기준으로 1450건, 90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기업은행의 모바일뱅크 '아이원 뱅크'에서 내놓은 이 상품은 신용등급 7등급까지 100만~10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금리는 연 3~8%다.
저축은행과 연계한 중금리 상품도 나온다. NH농협은행은 NH캐피탈과의 협약을 통해 최고 10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상품을 준비 중이다. 금리는 5~9%로 직업이나 소득에 관계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KEB하나은행도 내달부터 하나저축은행과의 연계대출 서비스를 시작한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불가능한 고객이 은행 창구에서 저축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은행권에서 '틈새시장' 공략 차원에서 내놨던 중금리 대출이 이처럼 대폭 확대되는 것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과 맞물려 있다. 출사표를 던진 컨소시엄들은 하나 같이 중금리대출을 주요 상품으로 내세우면서 시중 은행들도 반격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은 4000만 가입자를 확보한 카카오톡을 앞세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데이터를 대출 심사에 활용해 10%대 중금리 대출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인터파크 컨소시엄에 소속된 IBK기업은행도 소상공인ㆍ자영업자를 위한 중금리 대출 시장을 창출하겠다고 공언했다. KT컨소시엄은 KT가 보유하고 있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5~6등급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제2금융권에서 고금리로 대출을 받는 등 사실상 대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며 "정부가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해 저축은행과의 연계영업,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추진한 것이 시장 형성에 주효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