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전면에 등장한 신격호 위임장

신동주 전 부회장이 공개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위임장 작성 사진

신 전부회장, 신격호 총괄회장 소송 위임장 공개
손해배상 청구소송 및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
신격호-신동주-신동빈 롯데 오너일가 진흙탕 싸움 재연되나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 김현정 기자]롯데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진흙탕 싸움으로 재연될 조짐이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신 전 부회장이 부친의 위임장을 통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 회장이 말한 호텔롯데 상장건에 대해 부친의 승인을 받았다는 발언과 제2차 경영권 분쟁이 없을 것이라는 말과 상충되는 대목이다. 신 총괄회장은 최근 제2롯데월드를 불시점검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던 만큼 신 회장의 진짜 의중과 건강상태가 또 다시 중요한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신 전 부회장은 8일 오전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롯데그룹의 경영권과 관련해 신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은 신 전 부회장에게 소송을 위임했다.

신 전 부회장은 한국 법원에 호텔롯데와 호텔롯데부산을 상대로 이사 해임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며, 신 총괄회장과 함께 롯데쇼핑을 상대로 한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도 했다.

신 총괄회장은 신 전 부회장의 아내인 조은주씨가 대독한 발표문을 통해 "해임 조치는 불법적이고 부당하게 이뤄졌다"면서 "즉각적인 원상복귀는 물론, 신 회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은 신 전 부회장에게 일본에서 자신을 대표이사 및 회장직에서 해임한 사실과 관련한 불법적인 행위를 시정하기 위해 필요한 일체의 민형사상의 법적 조치 및 이에 필요한 일체의 행위, 자신을 대리해 한일 롯데그룹 회사들에 대해 회계장부 열람 등사청구 등 회사의 비리를 밝히기 위해 필요한 이체의 법적 조치 및 이에 필요한 일체의 행위 등에 대해 위임했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신 총괄회장은 다시 신 전 부회장 쪽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비춰진다. 신 전부회장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지난 7월28일 신 회장 등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이 신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및 회장직에서 해임한 결정이 불법적으로 이뤄졌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이는 그동안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간 화해모드 분위기와는 전면 배치되는 것이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1일 경영권 분쟁 이후 처음으로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롯데월드몰)와 롯데월드타워를 방문했다. 신 총괄회장의 이날 현장 방문에는 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동행했다. 이를 놓고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간 화해모드가 조성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또 신 회장은 지난 정무위 국감에서 호텔롯데 상장과 관련 부친의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그룹 중요 업무를 부친과 상의한다는 것으로 그간의 오해가 풀어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 것이다.

신 총괄회장의 소송과 관련 롯데그룹은 말을 아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확실한 진의를 알아보고 추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한편 소송과 관련해서는 민유성 전 산업은행 총재가 고문을 맡았다. 민 전 총재는 이날 미리 준비한 소송 관련 PPT를 직접 발표했다. 그는 신 전 부회장의 소송을 준비단계부터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조문현 법무법인 두우 변호사, 김수창 법무법인 양헌 변호사 등이 신 전 부회장의 소송을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