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실적 덕봤지만 中증시개장·세계경기 부진·환매부담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코스피가 '삼성전자 효과'로 두달여만에 2000선을 뚫었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추세적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며 보수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15.19포인트(0.76%) 오른 2005.84로 마감하며 지난 8월10일(2003.17) 이후 두달여만에 2000선을 돌파했다. 이날 오전 장초반 코스피는 2010선에서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달 18일 2000선을 눈앞에 두고 1900선 중반까지 후퇴하는 등 그동안 수차례 고지 점령을 앞두고 미끄러졌다. 하지만 전날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14%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어닝서프라이즈 소식을 전하며 8%대 강세를 보이자 심리적 저항선인 2000선이 무너졌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5.8% 증가한 7조3000억원을 기록한 것은 '환율효과'라는 분석이 쏟아지자 대형수출주가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전날 대형주는 1.31% 오른 반면, 중형주와 소형주는 각각 1.94%, 0.43% 내렸다. 코스피 대형주는 8월말부터 지난 6일까지 3.9% 상승했다. 이는 코스피 상승률(2.53%)을 웃돌고 같은 기간 중형주가 1.2% 내린 것과도 상반되는 결과다. 원ㆍ달러 환율은 올해 3분기에만 5.8% 올랐고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12% 상승하는 등 대형수출주에 우호적이다.
하지만 올 연말까지 코스피는 연중 고점(지난 4월24일 장중 기록한 2189.54)을 뚫기 힘들고 박스권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장 이날부터 중국 증시 개장에 따른 변동성 확대와 글로벌 경기 부진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등 대형수출주의 환율 효과에 따른 어닝 확대 기대감이 존재하지만 제한적일 것"이라며 "중국 증시 개장과 더불어 당장 오는 13일 발표되는 중국 수출지표 부진 우려와, 글로벌 제조업 둔화 지속, 코스피 2000 돌파에 따른 환매 압력 증가 등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도 최근 한국 증시로 복귀해 이날까지 3거래일째 '사자'를 외치고 있지만 뚜렷한 매수 확대 징후를 나타내고 있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상영 KR투자연구소 이사는 "최근 외국인의 비차익거래가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여전히 외국인이 한국 시장에 대해 확고한 방향성을 정하지 못한 것"이라며 "최근 증시 상승에 따른 외국인의 차익실현 욕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고 설명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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