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한국의 조선업계가 지난 3분기 전 세계 선박 수주량에서 중국과 일본에 밀려 3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수주 실적이 분기 기준으로 3위로 떨어진 것은 2006년 4분기 이후 약 9년 만이다. 올해 상반기 5조원 가까운 손실을 본 상황에서 '수주 부진'이라는 악재까지 더해져 국내 조선업체들이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8일 국제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9월 세계 선박 발주량은 132척, 414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이 중 중국이 149만CGT를 수주해 석 달째 1위를 지켰다. 일본(138만CGT)과 한국(107만CGT)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은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세계 조선업 불황속에서도 고부가가치선 건조 실력을 발휘해 월별 수주량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해양플랜트 악재가 터진 7월 중국에 1위를 내준뒤 3개월 연속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3·4분기 전체 수주점유율은 중국이 39.5%(348만CGT)로 압도적 1위였고, 일본 26.9%(236만CGT), 한국 23.9%(211만CGT) 순이었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은 자국 수요가 뒷받침하고 있지만 한국은 선사들이 재무구조개선에 바빠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지난 2분기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상황에서 수주 부진이라는 악재까지 더해져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됐다. 1970년대부터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던 조선업은 2000년대 후반 세계 경기 침체와 저가를 앞세운 중국 경쟁사들의 진출로 수익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중국 업체들과의 직접 경쟁을 피하기 위해 바다 밑 석유 탐사와 시추, 저장까지 할 수 있는 대형 해상구조물인 해양플랜트 사업으로 눈을 돌렸지만 원유 가격 급락 등으로 프로젝트가 감소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급기야 국내 조선3사는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악재 등으로 지난 2분기 4조7500억원이라는 사상 최악의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 올 들어 현재까지의 수주량은 연간 목표치의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 조선 전문가들은 한국 조선사들이 올해에도 수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는 위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조직 및 인력 감축, 연봉 삭감, 자산 매각 등의 방법을 동원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동반 구조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선사들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올 연말이 지나야 경영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조선 전문가는 "국내 조선사들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인력과 조직을 효율화하고 자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특히 실적 부진의 직접 원인이 됐던 해양플랜트 사업은 그동안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으니 관련 기술력을 키워 조선 경쟁력의 원천으로 탈바꿈 시켜야"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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