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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화읽기]피터는 왜 피터팬이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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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개봉 앞둔 조 라이트 감독의 '팬'
19세기 배경으로 네버랜드의 과거 이야기 다뤄

[이종길의 영화읽기]피터는 왜 피터팬이 됐을까 영화 '팬' / 사진=워너브라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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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피터팬 증후군. 몸은 어른이지만 어른의 세계에 끼지 못하는 '어린아이'가 느는 사회현상이다. 이 용어를 1983년에 처음 사용한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댄 카일리는 피터팬을 유약하고 미숙하며 현실도피적인 캐릭터의 대명사로 간주했다. 소설에서 웬디와 그녀의 동생들은 피터팬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못한다. 오히려 피터팬이 웬디를 자신의 엄마라도 되는 것처럼 쫓아다니며 의존한다. 더구나 영원히 늙지 않는 '네버랜드'는 성숙과 거리가 먼 곳이다.

제임스 배리는 어머니 때문에 이 공간을 창조했다. 어머니는 배리의 형(데이비드)이 열세 살에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극심한 우울증에 빠졌다. 배리는 형의 옷을 입고 형 흉내를 내 어머니를 위로했다. 그는 "나는 열세 살이 되면서 일부러 성장을 멈췄다"며 "우리 인생에서 열두 살 이후에 일어난 일들은 별로 중요한 게 없다"고 했다. 많은 이들은 그런 배리를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작가로 여긴다. 그러나 후기작 '메리 로즈' 등에는 어둠의 그림자가 강하게 드리운다. 그에게 네버랜드는 음습하고 어두운 시간의 섬으로 변해갔다.


영화 '팬'은 '피터팬'의 프리퀄(시간상으로 본편보다 더 앞선, 즉 과거의 이야기를 다룬 속편이)이다. 배리는 시ㆍ공간 배경인 19세기 전반의 런던을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에서처럼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자본주의가 성장하지만 빈곤과 착취, 범죄로 병든 사회다. 특히 영화에서 다루는 공장아동 노동은 영국 정부가 1842년 어린이와 부녀자의 광산노동을 금지하기 전까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이 산업자본의 발전에 중요한 공급원 노릇을 했기 때문이다. 빈곤층 미성년자의 노동은 지금도 사회적 문제다. 국제노동기구의 2012년 조사에 따르면 5세~17세의 어린이 노동자 수는 약 2억6000명이다. 여기서 1억6800만명은 일체의 권리 없이 노동을 강요받았다.

[이종길의 영화읽기]피터는 왜 피터팬이 됐을까 영화 '팬' / 사진=워너브라더스 제공


'팬'에서 그리는 네버랜드는 고아원에 갇힌 피터(리바이 밀러)가 꿈꿔온 다른 세계지만 무자비한 수녀가 감시하는 런던과 다를 바가 없다. 독재자 검은 수염(휴 잭맨)에게 지배당한 수천 명의 어른과 아이들이 더러운 광산에서 보석 '픽슘'을 채굴한다. 농땡이라도 부리면 절벽에서 떨어져 죽는다. 하지만 조 라이트(43) 감독은 채석장을 살벌하게 그리지만은 않는다. 음울한 색채를 사용하면서도 해적들의 동작과 소리에 리듬감을 줘 이들을 자본주의 승리자처럼 묘사한다. 특히 검은 수염을 폭력적이지만 재미있는 변덕스러운 인물로 그린다. 스스로를 록 스타라고 생각해 해적, 아이들과 함께 '너바나'와 '라몬즈'의 노래를 합창할 정도다. 그 얼굴에서는 우리가 흔히 피터팬의 적으로 생각하는 후크 선장이 떠오른다.


'팬'에 등장하는 후크(가렛 헤드룬드)는 악역이 아니다. 자신이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그곳이 어디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생존자적인 자질을 얻으면서 성격은 자기중심적으로 변했다. 그는 피터와 맞서지 않는다. 곁에서 함께 하며 엄마를 찾는 데 도움을 준다. 검은 수염에 맞서 싸우기도 한다. 그는 속편에서 피터와 철천지원수로 갈라질 것이다. '팬'은 그 이유를 보여주지 않지만 충분한 단초를 제공한다. 다이아몬드처럼 생긴 보석 '픽슘'이다. 피터가 어머니를 만나는 요정나라의 길목을 '픽슘 굴'로 꾸몄다. 자본에 눈이 멀 수 있는 환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후크는 카우보이모자 등 존 포드의 서부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의상도 입었다. 1850년대 미국의 서부 개척과 함께 일어난 골드러시를 겪은 인물일 가능성이 크다. 네버랜드와 지구를 오가면서 부를 축적해 피터와 대립각을 세울 것이다.


[이종길의 영화읽기]피터는 왜 피터팬이 됐을까 영화 '팬' / 사진=워너브라더스 제공


네버랜드의 또 다른 퇴색은 이상한 설정이 아니다. 카를 마르크스의 사적유물론에 따르면 사회의 물질생산력이 일정한 발전단계에 이르면 현존하는 생산 관계와 모순을 이룬다. 경제적 기반의 변화와 더불어 거대한 상부구조가 무너져내린다. 검은수염은 루이 14세를 떠올리게 만들며, 그가 보여주는 상부구조는 노예제 혹은 전제군주제다. 후크가 속편에서 기본적 생산양식 형태를 자본주의로 삼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씨족과 공동재산을 바탕으로 평등을 구현하는 원시공산주의를 따르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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