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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상실 등 뇌질환 치료 연구 토대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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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팀, 장기기억 형성 유전자 억제 메커니즘 규명

기억상실 등 뇌질환 치료 연구 토대 마련됐다 ▲국내 연구팀이 장기기억 형성 유전자 억제 메커니즘을 규명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사진제공=미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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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국내 연구팀이 장기기억 형성을 위한 유전자 억제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기억상실 등 뇌질환 치료 연구에 대한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뇌 속 해마에서의 단백질 억제가 장기기억 형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습을 한 뒤에 학습한 내용이 뇌에 장기기억으로 저장되기 위해서는 유전자로부터 단백질이 생산되는 과정이 정밀하게 조절돼야 한다. 유전자 발현 조절은 DNA의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전령RNA(messenger RNA, 이하 mRNA) 양을 조절하거나 mRNA로부터 단백질이 합성되는 번역(translation)'을 조절해서도 가능하다.


해마에서의 mRNA와 단백질 합성이 장기기억의 형성에 필요하다는 것은 기존 연구들을 통해 잘 알려져 있었다. 기억이 형성되는 동안 유전자로부터의 단백질 합성이 어떻게 제어되는지에 대해 전체 유전체 수준에서 조망한 연구는 발표된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장기기억을 형성할 수 있는 강한 학습을 하고 난 생쥐의 해마를 추출해 단백질 합성에 대해 조사했다. 수천 개 이상의 유전자의 번역(translation) 상태를 동시에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리보솜 프로파일링(ribosome profiling, RPF) 기술을 도입해 해마의 단백질 합성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크게 세 가지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우선 해마에서의 단백질 합성이 장기기억 형성 등에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해마에서의 전체적 단백질 합성 효율은 낮게 유지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어 강한 학습 직후 5~10분의 짧은 시간 동안 여러 특정 유전자들의 단백질 합성이 mRNA로부터 단백질이 합성되는 번역 단계에서 억제된다는 것을 처음 발견했다. 이 유전자들이 왜 억제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그중 한 유전자(Nrsn1)의 발현량을 높였더니 생쥐가 장기기억을 잘 형성하지 못한다는 것을 통해 장기기억을 형성할 때 Nrsn1과 같은 단백질은 '기억억제자' 역할을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학습 이후 수 시간 동안 억제되는 일부 유전자들을 발견했고 그 중 많은 유전자들이 공통적으로 에스트로젠 수용체 1(ESR1)을 통해 조절되는 유전자들이었다. 이를 통해 ESR1을 통한 신호 전달이 학습 후에 저하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그 의미를 알아보기 위해 학습 이후 ESR1 신호 전달을 높였더니 생쥐의 기억 형성이 약화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ESR1 신호 전달의 억제가 기억 형성에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억이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는가'는 인류 자신에 대한 본질적 질문이자 신경과학의 주요 연구주제 중 하나이다. 학습·기억과 관련된 다양한 뇌질환(치매, 뇌상후스트레스증후군, 우울증, 불안장애, 마약중독) 치료를 위해서도 기억 형성 과정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이번 연구는 서울대 강봉균 교수 연구팀과 기초과학연구원(IBS) 김빛내리 단장 연구팀이 수행했다. 연구결과는 사이언스(Science) 온라인판 10월 2일자(논문명 : Multiple Repressive Mechanisms in the Hippocampus During Memory Formation)에 실렸다


강봉균 교수는 "장기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새로운 유전자 조절 메커니즘을 처음 규명함으로써 기억 관련 뇌질환 치료에 공헌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빛내리 단장은 "생명현상의 기저를 이루는 RNA에 대한 이해와 생물정보학적 연구기술이 기억 형성이라는 뇌 과학적 주제에 접목돼 큰 시너지를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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