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준비했지만 올해 뛰어든 中에 밀려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4년간 준비한 인도네시아 고속철도 수주전에서 후발주자인 중국에 밀린 일본이 충격에 휩싸였다. 일본 재계는 신흥국 인프라 사업 전략 재검토를 요구하는 한편, 중국의 급부상을 경계하고 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일본이 먼저 뛰어든 인도네시아 고속철도 수주 사업에서 중국에 패배하자 정부 일각에서 실망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30일 보도했다.
일본은 지난 2011년부터 지금까지 사업 조사를 진행해 왔지만, 중국은 지난 3월 계획을 처음 발표했다. 4년이나 준비해 온 일본을 제치고 본격적인 준비기간이 1년도 안 된 중국이 사업을 따낸 셈이다.
재정적 부담을 느끼는 인도네시아 정부를 위해, 중국 정부가 재정 부담과 채무보증 걱정을 없애줬기 때문이다. 일본은 공사기간 4년에 시운전 2년을 제시했으나, 중국은 3년간의 공사 기간을 제시한 것도 수주에 영향을 줬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방심이 화를 불렀다는 반성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성의 한 간부는 "중국 방식이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단정했으며,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의 정보 수집도 부족했던 측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철도업계에서는 재정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사업을 따낸 중국 정부의 공격적 전략에 허를 찔렸다는 반응이다.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게이단렌(經團連) 관계자 역시 "신흥국에서의 사업 전략을 더욱 공격적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 수주를 가로채이면서 일본 정부의 성장 전략에도 제동이 걸렸다. 일본 정부는 국가 성장 전략의 일환인 '인프라 시스템 수출 전략'을 통해 2020년까지 신흥국 인프라 등 수주 수출액을 현재의 2배 수준인 30조엔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는 가격경쟁력을 내세운 중국에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고속철인 신칸센(新幹線)은 동일본 대지진 때도 안전하게 멈추는 등 세계적 기술수준을 인정받고 있지만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일본 종합연구소의 오카다 타카시(岡田孝) 수석연구원은 "품질·안전성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요구 수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고속철 수주로 인해 중국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권 구상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은 지난 2011년 절강성에서 40명이 고속철도 사고로 인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고속철도 수출에 난항을 겪었다. 지난해 11월 멕시코 고속철도 수주사업을 낙찰했지만, 멕시코 정부가 입찰을 취소하면서 다시 실패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성공을 지렛대 삼아 인프라 수출 확대와 중국 경제권 구상 실현에 탄력이 붙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평가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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