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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알츠하이머 치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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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팀, 초파리 통해 가능성 확인

빛으로 알츠하이머 치료한다 ▲포르피린 유도체와 청색 LED 광을 이용해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응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무척추동물(초파리)에 적용한 기술의 모식도.[사진제공=카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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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빛으로 알츠하이머를 완화하는 가능성이 열렸다.

카이스트(KAIST, 총장 강성모) 신소재공학과 박찬범 교수 연구팀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오태광) 바이오나노센터 유권 박사팀이 빛과 유기분자인 포르피린을 이용해 알츠하이머 증후군의 원인 물질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beta-amyloid)의 응집 과정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을 통해 알츠하이머 증후군을 비롯한 여러 가지 퇴행성 뇌질환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빛을 이용한 치료는 시간과 치료 부위를 조절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암과 같은 경우에는 유기 광감응제를 투여하고 빛을 병변 부위에 조사하는 광역학 치료(photodynamic therapy)가 활용되고 있다. 광역학 치료가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에 적용된 사례는 없었다.

알츠하이머 증후군은 환자의 뇌에서 생성되는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응집돼 뇌에 축적되면서 일어난다. 이렇게 형성된 응집체는 뇌세포에 유해한 영향을 주고 손상을 일으켜 치매와 같은 뇌 기능 저하를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베타-아밀로이드의 응집 과정을 억제하면 아밀로이드 퇴적물의 형성을 막을 수 있고, 따라서 알츠하이머 증후군을 예방하거나 완화시킬 수 있다.


연구팀은 생체 친화적 유기 화합물인 포르피린 유도체와 청색 LED 광을 이용해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을 효과적으로 억제했다. 포르피린과 같은 광감응제는 빛 에너지를 흡수해 여기 상태가 된 후 바닥상태로 돌아가며 활성 산소를 생성한다. 생성된 활성 산소가 베타-아밀로이드 단량체와 결합해 산화시킴으로써 베타-아밀로이드의 응집을 방해하는 원리이다.


연구팀은 이를 무척추 동물에 적용해 알츠하이머 초파리 모델에서 신경과 근육 접합부의 손상, 뇌 신경세포의 사멸, 운동성과 수명 감소 등 알츠하이머 증후군에서 발견되는 증상의 완화를 확인했다. 빛을 이용한 치료법은 기존 약물 치료에 비해 적은 양의 약물로도 높은 치료효과를 볼 수 있고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뇌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완료된다면 그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연구결과는 독일의 국제 학술지인 앙케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21일자 표지논문에 게재됐다.


박 교수는 "빛과 광감응화합물을 사용해 무척추 동물(초파리)에서 베타-아밀로이드 응집과 독성을 막는 것을 세계 최초로 확인한 것에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유기와 무기 광감응소재들의 적용가능성을 알아보고 알츠하이머 마우스 등 척추동물을 대상으로 알츠하이머병의 광역학적 치료 가능성을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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