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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들을 죽인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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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도'서 외로운 왕 영조役 송강호

내가 아들을 죽인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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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 인물만을 밀도 있게 오롯이 담아내는 영상문법. 매혹적이지만 위험 부담이 크다. 플롯이 단조로워 흥미를 끌 요소가 적다. 전개가 길면 지루할 수도 있다. 영화 '사도'는 주저하지 않았다. 영조와 사도세자의 갈등을 파고드는데 주력했다. 이준익(56) 감독은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두 인물을 많이 다뤘지만, 그 관계를 세세하게 다룬 작품은 전무하다시피하다"고 했다.

숙명적 부담은 주연들의 몫. 대한민국 최고 배우로 꼽히는 송강호(48)도 다르지 않았다. 사극은 그에게 익숙하지 않은 장르다. 더구나 궁궐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영조의 40여년 세월을 두루 보여줘야 했다. 송강호는 "여느 촬영보다 신중하게 접근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내 "기분 좋은 부담이었다"며 씩 웃었다.


내가 아들을 죽인 까닭 송강호 (사진=최우창 기자)

송강호가 '사도'에 출연한 이유는 시나리오 때문이었다. 그는 "250년 전의 비극을 정공법으로 다룬다는 점이 독특했다"고 했다. 송강호는 인물의 본질만 파악하면 어떻게 표현하든 답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래서 외면의 세부적 요소를 보여주는데 집착하지 않는다. '변호인'에서 연기한 송유석 변호사가 대표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작이나 말투를 흉내내 연상을 유도하려는 계산을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배우 송강호가 연기하는 노무현'이었다.


이 방식은 '사도'에서도 통한다. 그는 영조의 키워드를 '외로움'으로 설정했다. 아버지로서의 모습은 물론 권력에 집요한 탐욕을 지닌 이중성, 고통 등을 두루 보여주면서도 이 정서를 유지해야 한다고 확신했다. "임오화변(뒤주에 갇힌 사도세자가 8일 만에 숨진 사건)의 배경을 이해하면서 상당히 외로웠던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권력의 정점에 있어 누구도 직언을 못하지 않나. 태생적인 콤플렉스가 있는데다 형인 경종의 독살설에까지 휘말리고. 제위 기간 어마어마한 시련도 있었다. 사도만큼은 고통 없이 제대로 왕권을 이어받길 바랐던 것 같다. 알아갈수록 연민이 생기는 왕이다."


그 내면을 모두 담기는 어렵다. 카메라의 초점이 영조보다 사도에 맞춰져 있다. 활동 공간도 제한적이고 늘 익선관과 곤룡포를 입고 있어 해학적 표현의 여지 역시 적다. 송강호는 이 문제를 목소리로 해결한다. 가뭄으로 쩍쩍 갈라진 논바닥과 같이 갑갑하고 탁한 발성으로 노회한 정치가의 인생역경을 보여준다. 그는 "특수 분장을 해도 기름지고 깔끔한 느낌의 대사로는 인물 묘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거친 느낌을 일관성 있게 밀어붙여야 했다"고 했다.


내가 아들을 죽인 까닭 송강호 (사진=최우창 기자)


이런 느낌이 배제된 신은 대왕대비이자 양어머니인 인원왕후(김해숙)와의 설전이 유일하다. 송강호는 이전까지 조성한 엄숙한 분위기를 과감하게 깬다. 어른 앞에서 투정을 부리는 아이처럼 불만을 토로한다. 그는 "천한 무수리 소생 출신이라는 콤플렉스와 왕위를 지키는 고독감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서 쌓인 고통을 토로할 수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사도'는 이런 설득력 있는 캐릭터 해석으로 단조로운 플롯의 위험에서 빠져나온다. 이 감독은 "영화가 화려한 장면이나 기교 없이도 공감을 얻은 건 송강호의 어마어마한 흡입력 덕이다. 그가 없었다면 많은 신들을 놓쳤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나리오 속 대사를 정확한 타점으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들려준다. 상대배우까지 연기를 잘하게 만든다"고 했다. 송강호는 비결로 외모를 꼽았다. "얼굴이 옆집 아저씨처럼 흔해서 친근하지 않나. 그런 배우가 연기를 하니까 관객이 자신의 모습을 캐릭터에 쉽게 투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정도면 잘 생긴 거 아닐까(웃음)."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사진=최우창 기자 smic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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