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정부의 비정규직종합대책과 현행 비정규직법의 차별시정제도가 오히려 신규 일자리만 없앨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대증요법 보다 근본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9일 '비정규종합대책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2014년 12월 내놓은 비정규직대책에서 2년 경과 후 정규직 전환 원칙은 유지하면서 35세 이상 근로자 본인이 원할 경우 2년에 2년을 더해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정규직전환이 안될 경우 이직수당을 지급하도록 했다.
한경연은 정부대책이 비정규직 보호에만 초점을 맞추고 기업이나 시장의 입장은 도외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이에 대한 근거로 비정규직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정규직과 같은 수준으로 조정할 경우, 결국 정규직 채용수요는 증가하지 않으면서 비정규직 채용수요도 감소할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한경연은 이와 관련해 독일 사례를 들었다. 독일의 경우 2003년 하르츠개혁을 통해 파견근로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파견근로자의 보수나 근로조건을 정규직과 동일하게 대우하는 균등대우원칙을 확립했다. 다만 이 원칙에는 단체협약을 통해 적용을 우회할 수 있다는 예외를 두었다.
이에 대해 한경연은 "집단적 노사합의가 법에 우선한다는 유럽연합(EU)의 관행에 따른 것"이라면서 "이면에는 낮은 인건비를 추구하는 기업들의 요구를 감안해 동일근로 동일처우 원칙을 탄력적으로 적용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도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려면 강제적인 법보다 노사 간 교섭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한경연은 현재 시행 중인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차별시정명령의 효력을 신청한 근로자 외에 모든 근로자에도 제도를 확대 적용하는 것은 소송법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경연은 또 비정규직 차별에 대해 3배까지 징벌적 배상을 명령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현행 노동관계법에 동일한 규정이 없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명백한 고의성이나 기준 손해액 범위 등을 두고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한경연은 덧붙였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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