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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해외재산 자진 신고가 제대로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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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해외재산 자진 신고가 제대로 되려면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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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소득이나 재산 10억원을 숨겨둔 자가 있다고 하자. 이를 정부에 자진신고를 하면 3억원 정도 세금을 내고 신고 안하고 버티다가 나중에 걸리면 5억원 정도를 납부해야 한다고 하면 그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여러 고려 변수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세무조사를 받을 확률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세무조사 대상 선정비율은 전체 납세자의 1%에도 훨씬 못 미친다. 해외에 숨겨둔 재산이나 소득을 신고하지 않아도 99%는 그냥 묻혀간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면 결론은 자명하다. 더구나 그들은 봉급생활자처럼 순진하거나 새가슴이 아니다. 그 분야의 '선수'다.

정부는 최근 미신고 해외소득과 재산에 대해 자진신고를 권유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건국 이래 처음이라는 수식어도 덧붙였다. 그만큼 역외탈세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 담화에 새로운 것이 없다. 이미 세법에 규정된 내용을 경제부총리나 법무부장관이 그저 그대로 읽은 것에 불과하다. 해외재산이나 소득 과세를 규정하고 있는 '국제조세 조정에 관한 법률' 제38조를 보면 '정부는 2016년 12월31일 이전에 1회의 특정기간을 정해서 해외누락소득이나 재산을 자신신고하게 할 수 있고 이 경우 가산세나 과태료 감면 및 명단 공개를 면할 수 있다"는 이른바 조세사면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해외탈세자들은 이 조항의 존재를 모르고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그들 주위에는 내로라하는 변호사나 회계사 등이 포진돼 그들로부터 합법적인 절세는 물론 공격적 조세회피나 심지어 탈세방법까지 지도를 받고 있다.

정부 얘기는 조세피난처와 조세 정보교환 협정이 속속 체결되고 있고 스위스 등이 제도적으로는 금융비밀주의를 포기했으며 '다자간 조세행정 공조협약'도 체결했으니 해외은닉 재산이나 소득은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는 것이다.


정말일까. 그렇지 않다. 전 세계 조세피난처 30여개 지역 중 4개 국가만 우리나라와 조세정보 교환협정을 체결했다. 스위스가 은행정보 공개로 돌아서는 낌새를 보이자 이미 상당수의 검은돈은 조세피난처로 옮겨졌다. 자칫 송사리만 걸려들 공산이 크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글로벌 자본세' 도입을 주장했다. 모든 국가는 여러 나라의 흩어져 있는 재산에 대해 동일한 세율로 모두 과세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각 나라마다 과세주권이 있는데 이를 획일적으로 규정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며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다.


하여 해외재산이나 소득을 국내로 환류시켜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나 부싯돌 역할을 하도록 만들려면 보다 다양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자진신고자에 대한 세법상 고려를 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신고한다면 신고한 해의 세금뿐만 아니라 최소한 5년, 최장 15년 동안 소급해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세법에는 국세부과 제척기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납세의무가 확정된 뒤 5년간(부정한 국제거래 행위는 15년)은 정부가 소급해 세금을 추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몇 명이나 신고할 것인가. 신고한 해부터 정상적인 세금을 추징하고 그 이전 연도는 탄력적으로 세금을 추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편 해외재산이나 소득 은닉자들은 장관 담화보다는 변호사 등의 조력인 말을 더 신뢰할 것이다. 따라서 이들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현행 조세범처벌법 제9조에 따르면 납세의무자로 하여금 과세표준의 신고를 거짓으로 하게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실제 처벌하는지는 궁금하다). 이 조항을 보다 강화해 조력인들의 성실한 협조를 받도록 해야 한다. 즉 해외은닉 재산에 관여한 변호사 등은 이 조항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면 이들이 오히려 해외은닉 재산의 자진신고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까딱 잘못했다간 자기들이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동(聲東)하면 격서(擊西)가 될 수 있다. 투 트랙(Two-track)의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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