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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다음'의 다음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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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다음'의 다음을 위하여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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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다음카카오는 사명에서 '다음'을 지우고 카카오로 개명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전 국민이 이용하고 있는 카카오의 브랜드 가치가 다음의 브랜드 가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변화는 예측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이르게 다음이라는 이름이 역사에서 사라지는 데 대해 경영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다음, 즉 다음커뮤니케이션은 1995년에 만들어진 기업입니다. 창립 20주년이 뭐 그리 대단한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인터넷 환경의 놀라운 변화를 감안하면 20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것을 그리 가볍게 볼 일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인터넷 역사와 함께한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창업자인 이재웅님, 그리고 그와 학연으로 엮인 공동창업자들인 이택경님과 박건희님은 국내 최초의 무료메일, 인터넷 카페 등을 출시하면서 우리나라에 인터넷 서비스를 대중화한 이들입니다. 창립 이후 4년, 본격적인 서비스 출시 2년 만에 코스닥 상장에 이르는 신화를 이룸으로써 뛰어난 인재들에게 창업이라는 선택지를 생각하도록 한 기업이기도 합니다. 상장 후 25일 연속 상한가라는 대기록을 기억하는 분들도 있겠지요.


그런데 다음의 '최초'는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온라인 보험사를 설립하면서 온라인 금융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도, 그리고 라이코스 인수를 통해 세계 인터넷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려고 했던 야심찬 인수합병(M&A)도 모두 다음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일들입니다.

그러나 다음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거나, 다음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들이 다음이라는 이름이 사라지는 데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이런 사업활동 때문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다음이 '즐거운 실험'이라고 불렀던, 참신한 조직문화실험이 제겐 더 인상 깊습니다. 다음은 구성원들이 직책이나 직급 대신 서로를 '~님'이라고 수평적으로 부르도록 실험한 첫 회사입니다. 자유로운 복장문화도 다음이 중요하게 지킨 전통입니다. 2004년부터 본사를 제주도로 차근차근 옮긴 사건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곧 실패할 거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에 새로운 뿌리를 내리는 데 일정 정도 성공했고 일과 삶의 조화, 지역 산업의 활성화와 같은 무거운 주제들과 씨름하고 대안을 만들어냈습니다.


물론 다음의 실험이 성공했는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다음의 입장이 오히려 아고라의 질적 저하로 이어졌다는 시각이 있고 제주도 안착실험은 카카오와의 본사통합으로 원점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사내 호칭은 카카오를 따라 영문이름으로 바뀌었고 다음의 가치를 옹호하던 이들은 하나 둘 회사를 떠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다음이 해 온 실험이 매우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재웅 창업자의 말대로 '새롭게 이 사회의 다양성을 좀 더 진작시키면서도 한편으로는 조화롭게 모아내고 세상을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바꾸면서도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은 갈등과 냉소가 병균처럼 번져가는 지금, 더더욱 간절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음에서 뿌려진 씨앗은 또 다른 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자라고 있습니다. 다음에 뿌리를 둔 비영리법인인 다음세대재단은 비영리조직의 정보기술(IT) 지원을 감당하고 있고 이재웅님은 '소풍'이라는 기구를 설립해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투자와 보육활동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공동창업자인 이택경님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엔젤투자자 및 액셀러레이터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원년멤버였던 민윤정님은 다음커뮤니케이션 내의 사내벤처 지원조직을 이끌면서 카닥과 같은 회사를 육성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직접 창업을 감행하더니 얼마 전 실리콘밸리에서 공식 데뷔했습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다음은 중의적인 뜻입니다. NEXT라는 의미의 다음과 더불어 여러가지 소리(多音)가 어울어진다는 의미이지요. 20년간의 실험이 조용히 마무리되는 지금, 다음 다음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려봅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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