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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화읽기]위대한, 아니 위소(偉小)한 영웅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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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어벤져스 시리즈 마블스튜디오의 새 영화
1.27㎝ 크기로 작아지는 초소형 인간…기존 영웅들과 차별화
포토리얼리즘 가미·축소 제작된 모든 세트, 생동감 넘치는 컷 돋보여

[이종길의 영화읽기]위대한, 아니 위소(偉小)한 영웅 탄생 앤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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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어벤져스'시리즈는 마블 스튜디오의 간판 상품이다. 국내에서도 '어벤져스(2012)'가 707만4867명,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이 1049만4499명을 모았다. 관련 상품도 날개달린 듯 팔렸다. '아이언맨(2008)', '인크레더블 헐크(2008)', '토르: 천둥의 신(2011)', '퍼스트 어벤져(2011)'등 단일 영화와 그 속편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발산하고, 이를 하나의 가상 세계로 묶은 전략이 성공으로 이어졌다.

현재 공을 들이는 작품은 내년 5월 개봉 예정인 '캡틴아메리카: 시빌워'다. 초인 등록법안을 둘러싼 아이언맨과 캡틴아메리카의 충돌을 그린다. 주된 소재가 내분이고 스케일마저 남달라 '어벤져스'2.5편으로 불린다. 영화에는 그동안 만화를 통해서만 소개됐던 캐릭터들이 추가로 등장한다. 1.27㎝ 크기로 작아지는 초소형 인간 앤트맨이 대표적이다. 마블 스튜디오는 그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마블 세계관)' 2기를 마감하는 영화로 조명했다. 당연히 제작 단계부터 그들의 영화를 즐겨본 관객에게 충분한 만족을 전해야 하는 책임이 따랐다. 한편으로는 아직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경험하지 못한 이들을 끌어들일 정도의 매력을 선보여야 했다.


[이종길의 영화읽기]위대한, 아니 위소(偉小)한 영웅 탄생 영화 '앤트맨' 스틸 컷

페이튼 리드(51) 감독은 두 마리 토끼를 잡지 못했다. '앤트맨'의 북미 수익은 1억6948만4928달러(약 2007억원)다. 그동안 마블 스튜디오가 내놓은 열두 편 가운데 11위다. 그렇다고 작품성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앤트맨'은 '캡틴아메리카: 시빌워'로 가기 위한 경유지 이상의 역할을 한다. 캐릭터의 범람으로 난잡할 수 있는 우려를 씻었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입문하기 위한 장벽을 낮췄다. 영화 전반에 깔린 오락 요소 덕이다.


앤트맨 스콧 랭을 연기한 폴 러드(46)의 발칙하고 뻔뻔한 연기에서는 미국식 코미디를 선도하는 아담 샌들러(49)와 벤 스틸러(50)의 향기가 느껴진다. 그의 수다쟁이 친구 루이스로 등장하는 마이클 페나(39)의 감초 연기도 일품이다. 리드 감독은 앤트맨의 초능력에까지 오락 요소를 삽입해 자칫 식상해 보일 수 있는 영웅 캐릭터를 친절하게 소개한다. 어둡고 고뇌하는 인물로 묘사됐던 기존의 헐크, 캡틴아메리카 등과 대조적이다. 케빈 파이기(42) 마블 스튜디오 대표는 "'앤트맨'은 우리가 제작한 가장 웃기고 감동적인 영화"라며 "리드 감독이 중심을 잘 잡아줬다. 캐릭터들을 가벼우면서도 과하지 않게 표현했다"고 했다.


[이종길의 영화읽기]위대한, 아니 위소(偉小)한 영웅 탄생 영화 '앤트맨' 스틸 컷


여기에는 마블 스튜디오의 힘도 한 몫 한다. 리드 감독은 앤트맨과 어벤져스의 연계성을 최소화했다. 멘토인 행크 핌(마이클 더글라스)이 아이언맨인 토니 스타크를 혐오하고 앤트맨이 팔콘(안소니 마키)과 맞붙는 정도만 보여준다. 대신 케이퍼 필름(도둑들을 다룬 영화)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슈퍼히어로적 요소를 부여하는데 집중한다. 익숙하지 않은 캐릭터라도 영화의 완성도만 높으면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일부분임을 인지할 수 있다는 마블 스튜디오 특유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선택이다. 그들은 이미 '토르'에 SF판타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액션SF, '아이언맨'에 테크노 스릴러,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 정치 스릴러 요소를 바탕에 심어 다양한 색깔을 선보였다. '앤트맨'은 케이퍼 필름이면서 성장 드라마이기도 하다. 핌과 랭을 멘토와 멘티 관계로 설정했다. 이제까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볼 수 없었던 요소지만 사실 마블 코믹스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그런데도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를 즐겨본 관객에게 '앤트맨'은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시나리오의 뼈대가 '아이언맨'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수트를 입어야만 초능력이 발휘되고 고유 기술을 빼앗겨 극의 주요 갈등이 폭발한다는 점 등이다. '앤트맨'은 전작들에 비해 스케일이 작기까지 하다. 리드 감독은 이런 문제를 다양한 오락 요소와 화려한 볼거리로 메운다. 특히 '놀랍도록 줄어든 사나이(1957)', '애들이 줄었어요(1989)'에서 다뤄졌던 초소형 인간의 시각에 놀라울 만큼 포토리얼리즘(사물을 사진처럼 정확하고 상세하게 묘사하는 예술 기법)을 가미했다. 그는 "제작 단계부터 기술적 기대치가 높았던 작품"이라며 "예전에 쓰인 거대한 연필이나 야구공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였다. 2015년의 버전을 색다른 방식으로 보여줘야 했다"고 했다.


[이종길의 영화읽기]위대한, 아니 위소(偉小)한 영웅 탄생 영화 '앤트맨' 스틸 컷


'앤트맨'에는 모션 확대 촬영과 확대 사진, 배우들의 모션 캡쳐, 스턴트맨들의 모션 캡쳐 등이 사용됐다. 모든 세트를 축소한 매크로 세트까지 제작해 인물이 작아진 상태에서 바닥이나 카펫 사이를 뛰어다는 컷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리드 감독은 "표면들을 촉각적으로 만드는 기술은 있었지만 카메라까지 많이 움직여야 했다"며 "이것이 다른 '축소'영화들과 차별화된 기술"이라고 했다. 마블 스튜디오이 선보인 신기술은 한 가지 더 있다. 은행금고, 욕조, 욕실 타일, 작은 파이프, 층간 사이 등의 확대 사진 촬영을 4K 디지털 카메라와 특수 렌즈로 진행했다. 시각적인 특수효과(VFX)에 사실성을 더해 앤트맨의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잡아냈다. 눈처럼 표현된 먼지와 강력한 빛으로 전달되는 전구 등의 디테일도 여기에 일조한다. 작아짐으로써 선보일 수 있는 액션과 익숙하지 않은 배경의 흐름을 최신 기술로 구현해 충분한 흥미를 전달한다고 할 수 있다. 온전히 마블 스튜디오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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