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신한·KEB하나銀 등 TF 구성 현지 스마트뱅킹 업그레이드 등 분주
[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시중은행들이 ‘핀테크’를 글로벌 진출의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다. 오프라인 점포 진출을 고집하기보다는 발달한 ICT(정보통신기술)을 앞세워 시장 안착의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달 들어 10여명의 위비뱅크 글로벌 진출 TF(태스크 포스)를 꾸렸다. 동남아 진출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위해서다. 이 TF는 3개월 간 현지 인터넷 등 스마트 환경과 상품 서비스를 조사한다. 그 결과를 토대로 내년 초에는 동남아 진출을 가시화한다는 것이 우리은행의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글로벌 핀테크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베트남 현지 스마트뱅킹을 국내의 'S뱅킹'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상품 가입을 위해 스마트뱅킹 신청 후 지점을 찾아야 했던 문제를 개선한 것이다. 조회, 이체 등에만 한정됐던 금융 서비스를 상품신규 신청, 대출, 신용카드 결제 등으로 확대했다는 의미도 있다.
스마트폰 알림 애플리케이션(앱) ‘스마일’의 베트남 버전도 선보였다. 이는 신한은행이 해외 진출 16개국에서 현지 인터넷·스마트뱅킹을 개선하겠다는 ‘글로벌 2.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국내에서 검증된 핀테크 성공모델을 기반으로 해외시장의 요구를 반영해 구현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1월 인터넷전문은행의 초기 모델인 ‘원큐(1Q)뱅킹’을 캐나다에서 출시했다. 비대면 실명확인이 국내보다 앞서 허용된 캐나다에서 먼저 출시해 향후 국내에 들여온다는 계획에서 진행됐다.
핀테크를 활용해 휴대폰 번호를 통한 자금이체, 비대면 채널을 통한 선불카드 발급, 스마트폰 전용 적금·대출 상품 등을 탑재한 원큐뱅킹을 3년 내 25개국에서 선보이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원큐뱅킹은 필리핀 도입을 시작으로 연내 중국·인도네시아 등에서 서비스된다.
김경호 하나금융 미래금융지원팀 부장은 “해외 진출 비용 등을 고려하면 핀테크로 진출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대안”이라며 “지점의 접근성이 국내보다 떨어지는 해외시장에서 원큐뱅킹을 통해 편의성을 향상시켜나가겠다”고 밝혔다.
시중은행들이 이처럼 핀테크를 활용한 해외 진출에 주력하는 것은 시장 안착이 비교적 수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언어문제 등으로 해외 시장에 우리 은행들이 안착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핀테크는 그런 장애를 극복하는 핵심 서비스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인 것이다.
정유신 핀테크 지원센터장은 “국내 은행의 금융 서비스가 좋은지 나쁜지 모르는 해외 시장도 대한민국이 ICT가 강하다는 것은 안다”며 “해외 시장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핀테크를 적극 활용하고, 이를 통해 오프라인 비즈니스까지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안동현 금융개혁 자문단장(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은 “핀테크는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하지 않아 국내 은행들의 글로벌 진출에 위험 부담이 적다”며 “국내 은행의 서비스는 세계적으로 질이 높아 핀테크를 추가한다면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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