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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인간과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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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인간과 숫자 조영신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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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태어나면서 '수(數)'를 부여받는다. 첫째, 둘째, 셋째 등 이름보다 더 빨리 부여되는 것이 수다. 여기서 부여된 수는 '순서'다.


인간은 또 말(언어)과 함께 숫자를 배운다. 하나, 둘, 셋, 1, 2, 3 등의 수를 익힌다. 여기서 수는 사물을 셀 수 있는 '값'이다.

수는 순서와 값 이 외에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 첫째, 하나, 일 등 처음을 의미하는 '1'은 극과 극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재물의 많고 적음을 의미할 때 하나(1)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숫자다. 이때 1은 2보다 못하다.


하지만 순서를 나타낼 때는 그 의미가 180도 바뀐다. 여기서 1은 '최고'와 '제일'을 의미하다. 이 경우 2는 1의 반의반도 안 되는 의미 없는 기호에 불과하다. 수능만점(전국 1등), 올림픽 금메달(1등), 월드컵 우승(1등) 등 사람들은 1을 기억하고 1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물론 고생한 2등에게도 박수를 보내지만).

1이 '처음'이라는 뜻으로 사용될 때는 추상적인 의미가 흠뻑 들어간다. 첫아들, 첫사랑, 첫직장, 신인왕 등 인간은 '첫(1)'이라는 것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한다.


특히 첫째 아들에는 엄청나게 많은 의미가 부여된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한다. 장남, 장자, 상자, 맏아들, 큰아들, 큰놈 등 다양한 말로 첫째 아들을 표현한다. 농경사회, 전제군주제의 근간이 남자이고 그 대를 잇는 것이 첫째 아들이기 때문이다.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사회에 진입했지만 첫째에 대한 부모의 애정과 의미는 여전하다. 자라면서 부모의 총애를 받은 장남, 첫째는 남모를 무언가가 머리와 마음속에 존재한다. 장남만이 가지는 특권이다. 장남은 통상 책임감도 남다르다.


총애를 받았다고 해서 모든 장남이 다 우성은 아니다. 둘째, 셋째가 우성인 경우도 많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똑똑하지 않은 장남, 온순한 장남은 종종 차남과 삼남에 밀린다. 이런 경우 아들 간 다툼이 일어난다.


재계 서열 5위 롯데에서 이런 다툼이 일어났다. '신격호'라는 한일 경제계 거물이 있는 곳에서 분쟁이 일어나 국민들이 받은 충격은 더욱 크다.


2번 아들이 한국과 일본 롯데를 총괄한다고 했을 때 어느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가 아직 멀쩡히 생존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생각과 판단이 작용, 별 탈 없이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는 것으로 믿었다.


이런 믿음은 얼마 가지 않았다. 2번 아들은 창업주인 아버지를 해임했고 1번 아들은 동생을 패륜아로 만들었다. 외관상 '2번 아들' vs '창업주인 아버지, 1번 아들' 간의 싸움이다. 과거 타 그룹에서 일어났던 어떤 형제 간 다툼보다 모양새가 나쁘다.


첫째가 건강에 이상이 생긴 아버지를 이용한 것인지, 경영권에 눈이 먼 둘째가 병들고 늙은 아버지와 무능한 형을 저버린 것인지 아직 알 수 없다. 사람들은 93세에도 불구하고 내려놓지 못한 신격호 회장을 두고 한 마디씩 한다. 노욕(老欲)이 화를 불렀다고 말이다. 결과적으로 두 아들이 존경과 추앙을 받아도 부족할 신 회장을 돈만 움켜쥔 표독한 늙은 노인네로 만든 셈이다.


신 회장이 이런 꼴을 보려고 1941년 현해탄을 건너지 않았을 것이다. 일제강점기 먹고 살기 위해 19세 청년 신격호는 일본으로 향했고 그리고 매출 83조원이라는 롯데그룹을 만들었다. 그는 경제인이자 애국자다. 그는 한국 경제발전에 큰 획을 그은 살아있는 역사다.


하지만 피땀으로 70년을 넘게 쌓아올린 전설 같은 신 회장의 한일 경제사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래서 1번 아들과 2번 아들의 싸움이 더욱 더 안타깝다. 1과 2가 힘을 합하면 3이 되지만 1과 2가 다투면 큰 상처만 남는다. 앞으로 재벌가에서 태어난 아이에게는 숫자를 가르칠 때 힘을 합하는 법만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조영신 산업2부장 asc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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