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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지금이 '확장적 예산' 요구할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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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지금이 '확장적 예산' 요구할 때인가 조영주 세종취재본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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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내년도 예산안 규모를 두고 시끄럽다. 지난 16일 열린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에서 여당은 올해보다 25조원 많은 400조원 규모의 예산안 편성을 요구했다.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재정건전성 악화가 주된 이유다.


지금이 예산 규모를 늘려야 할 때인지 따져보자. 우선 우리 경제상황을 들여다보면 막막하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로 유지하고 있지만 정부 내에서조차 3%대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로 국내 소비가 충격을 받은 데다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서 수출까지 위태롭다. 한국은행은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낮췄고 이마저도 다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2.6%,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2.5%로 예상하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중국 경제다. 중국이 성장을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과잉투자를 지속해왔고 이렇게 부풀어진 거품은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됐다.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해 수출을 늘리려고 하지만 금융시장에는 불안감만 더 커진 형국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언제 어떤 형태로 폭탄이 터질지 모른다"고 입을 모은다. 1997년 우리나라와 동남아시아의 금융위기나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도 설마설마하는 와중에 급작스럽게 덮쳤다.


중국 경제가 위기를 맞으면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데에도 이견이 없다. 지난해 중국에 대한 수출은 1453억달러, 수입은 900억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도 600만명에 달했다. 우리에겐 중국이 밥줄이나 다름없다.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 성장률은 0.17%포인트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이 연착륙에 실패해 쇼크 상태에 빠지는 경우를 상상해보자. 중국에 대한 수출이 두 자릿수로 감소하고 중국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어지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문 닫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할 것도 뻔하다.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도 있다. 리먼 사태가 터진 직후인 2009년 한국은 겨우 0.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 경제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나 기업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마땅치 않다. 정부는 주요 산업의 경쟁력 강화 등을 담은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중국 쇼크'를 완충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 한국은 리먼 사태 때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이 되면 정부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사실상 재정정책뿐이다.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해 28조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다. 올해 추경 규모 11조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많은 것이다. 추경에 쓰이는 자금은 대부분 국채를 발행하기 때문에 국가채무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당장은 재정건전성이 나쁘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가채무는 530조5000억원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5.7%다. 하지만 올해 추경 편성으로 국가채무는 579조5000억원으로 늘어나고 국가채무비율도 37.5%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3년 내에 국가채무비율은 40%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마음이 급하다. 내년도 예산안에 청년일자리 확충과 사회적 약자 보호 강화 등 예산을 반영해달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야 2017년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다. 쓸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나라곳간을 비워둘 수는 없다. 표를 얻기 위해 나랏돈을 제 주머니에서 나온 양 써서도 안 된다. 정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1%로 유지한 채 내년 예산안을 편성한다면 그것부터가 과도하게 낙관적이다. 세수가 부족할 것이 뻔하다. 나라곳간은 텅텅 비어 빚으로 연명하는 상황에서 예산을 늘리자고 생떼를 쓸 상황이 아니다. 지금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재정 여력을 비축할 때다. 머지않은 시기에 다시 추경 편성을 논의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조영주 세종취재본부팀장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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