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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한국號에게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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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경제엔 새 제도 필요, 이를 위해선 정치구조 바꿔야 …책 ‘제자리로 돌아가라’

1984년 미국 워싱턴D.C. 세계은행 조사부 국제경제과. 과장은 미국 듀크대학 교수 출신으로 재무성 부차관보로 근무하다 온 조지프 마이클 핑거였다. 이 부서에 스탠퍼드대학에서 금융자유화를 주제로 논문을 써 박사학위를 받은 신입 이코노미스트가 들어왔다.


핑거 박사는 이코노미스트에게 “앞으로 1년 동안 연구할 과제를 써 내라”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국제 금융제도의 개편과 자본시장의 개방전략에 관해 연구하겠노라‘는 거창한 연구계획서를 써 냈다.

핑거 박사가 다음 날 비서를 통해 이코노미스트한테 돌려준 연구계획서의 첫 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당신 연구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설교하겠다는 것인가?’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이 이코노미스트였다. 조 교수는 “제 잘난 줄 알고 세상 연구를 다 하고 싶어 했던 필자는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며 이후 과장과 자주 충돌하게 됐다고 들려줬다. 그는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 과장의 질책을 고마워하게 됐다.


조 교수는 “이분이 햇병아리 경제학자였던 필자에게 이후 3년 동안 끊임없이 주입한 것은 어떤 연구도 처음에 매우 분명하고 구체적인 계획서와 이 연구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결과와 메시지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미리 갖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방안 없었던 경제민주화= 그는 이 사례를 들어 경제민주화를 거론한다. “한 편의 연구논문도 이럴진대, 하물며 국가 경영에서랴"라며 그 말 뜻을 분명히 밝히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제시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표류하는 한국號에게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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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는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이었지만 재벌개혁이나 부의 분배 등 각론에 들어간 구체적인 토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2012년 칼럼에서 “경제민주화라는 말이 우리 사회의 큰 화두로 떠올랐다”며 “정당과 대선 주자들은 모호한 구호 뒤에 자신의 생각을 숨기거나 혹은 아무 비전도 없음을 감추려 하지 말고, 더욱 명확한 언어와 구체적 대안으로 국민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전 선거의 화두처럼 제대로 실행된 게 없는 채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된다고 경고했다.


경제민주화는 어떻게 됐나. 조 교수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며 “경제민주화가 무엇을 의미하며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국민도 모르고 박근혜 후보도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라고 복기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토론하며 교학상장= 저자는 이처럼 이전 칼럼을 현재 시점(2015년 5월)에서 되짚어보고 추가해 이 책으로 묶었다. 칼럼 85건 중 대부분에 ‘다시 보기’라는 후기가 붙어 있다. 후기에는 분량 제약 때문에 쓰지 못한 이야기와 신문이라는 공기(公器)라서 하지 못한 개인적이 말을 풀어놓게 됐다고 저자는 들려준다.


후기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도 눈길을 끈다. 그는 2003년 2월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으로 임명됐다. 두 사람은 이전에 엘리베이터에서 악수하며 인사한 일 밖에 없는 사이였다.


저자는 “그가 어떤 인물인지도 잘 모른 채 보좌관 제의를 받고 그와 함께 일하게 됐다”며 “그로부터 2년간 청와대에서 그를 보좌하며 경제정책뿐 아니라 역사, 사회발전, 서양사상 등에 관해 수많은 대화와 토론을 나누며 그의 식견과 명석함에 놀라고 인간적으로 그를 좋아하고 점점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경제를 중시했고 토론을 좋아했다. 저자는 자신이 면담을 요청했을 때 노 대통령이 응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회고했다. 저자는 “그와의 토론을 통해 진보적 가치와 관점에 대해 더 많은 이해를 갖게 되었다”며 “아마 그도 개방과 시장 자율의 장점에 대해 더 많은 이해를 갖게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이처럼 본 칼럼보다 후기를, 논지보다 일화를 앞세우는 것은 달을 논하지 않은 채 손가락을 묘사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가 현재 상황에 비추어 칼럼을 복기하며 ‘다시 보기’를 읽는 것이라는 점에서 양해될 수 있는 책 소개가 아닐까 한다.


표류하는 한국號에게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

이 책에는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경제보좌관에 이어 주영국대사로 활동한 저자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강타한 이후부터 쓴 칼럼 85편과 후기가 엮어졌다. 주제는 금융위기에 대응한 재정ㆍ통화정책, 출구전략, 부동산 경기 부양, 고령화, 중소기업 정책, 중앙은행의 신뢰성과 통화정책의 효과, 중국의 구조개혁 등이 ‘불확실성 시대의 경제’로 묶였다.


저자는 칼럼의 절반 정도에서 정치체제 개혁을 논했다. 국가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방안으로 ‘내각책임제로 권력구조를 개편’하거나 ‘대통령이 좀 더 강한 권한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행정부와 국회의 상대적 권한을 재조정’하는 두 가지 선택을 제시한다.


경제학자가 왜 정치체제 문제를 천착하게 됐을까.


그는 한국 경제를 ‘종(縱)과 횡(橫)의 충돌’ 상태로 분석한다. 종적인 문제란 빠른 경제성장과 소득수준 향상에 따라 새로 분출하게 된 국민의 욕구를 수용해야 하는 국내적 도전을 가리킨다. 횡적인 문제는 한국 경제가 처한 국경 없는 경쟁에 대응하는 것을 뜻한다. 그는 “종적인 측면에서는 (균등 분배를 위한) 정책의 공정성이 요구되고, 횡적인 측면에서는 정책의 효율성이 요구된다”고 설명한다.


충돌하는 종과 횡 사이에서 해법을 도출하고 추진하는 것은 정치적인 과정이다. 현재의 대립적인 정치체제는 이 정치적인 과정을 풀어내기 역부족이다. 저자가 국가지배구조 개혁을 주장하는 까닭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긴 흐름 위에서 글로벌한 시각으로, 주요 변수의 관계 속에서 한국 경제를 분석하는 저자의 틀을 조금이나마 공유할 수 있다.


조윤제, 제자리로 돌아가라, 한울, 447쪽, 2만8000원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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