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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재 칼럼]서부전선 포성에서 들어야 할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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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재 칼럼]서부전선 포성에서 들어야 할 경고 이명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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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서부전선에서의 포성(砲聲)이 결국 우리를 일깨워 준 것은 한반도가 분단 상황이며 대치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아니, 단지 대치인 걸 넘어서서 '정전(停戰) 상태', 즉 '전쟁이 멈춘' 상태임을 확인시켜 준 것이었다. 남북 간에 간혹 있는 분쟁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전쟁이 없는 지금의 상태를 평화라고 생각하지만 한반도는 실은 1953년 이래 평화가 아닌 정전(停戰)상태다. 1953년 7월27일 조인된 '한국 군사 정전에 관한 협정'은 군사행동을 '종식'하는 것이 아닌 '중단'키로 한 것에 합의한 것이었다.


지난 며칠간의 초긴장 상황은 한반도를 짓누르고 있는 정전 상태의 안보 리스크가 언제든 다시 점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포격전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겉으로는 평온한 듯 보였지만 증권시장의 폭락 사태는 한국사회를 결박 짓고 있는 굴레, '폭탄을 달고 있는 족쇄'의 존재를 우리의 한 일상에서 새삼 상기시켜 주고 있다.

그리고 그 굴레는 군사적 대결과 긴장, 그로 인한 경제적 타격뿐만 아니라 남북 간에 서로 주고받는 거친 언사들로 인한 절망감으로부터도 우리를 숨 막히게 한다. 증오의 언어들, 적개심의 경쟁, 증오와 적개심이 보여주는 그 졸렬함. 그것은 한국인의 실존과 상상력을 가둬놓고 있는 '철조망'이다. 휴전선의 분계선은 북한에 대한 방어막일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을 스스로 가둬놓고 있는 철조망인 것이다. 그 울타리 안에서 우리는 남이든 북이든 민족의 역량을 탕진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긴장과 고립은 그 대립을 극복할 때 미래가 있고 발전이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예컨대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한국경제의 한 장래를 개성공단의 가능성에서 봤듯이 남북 간의 유기적 결합은 한국경제-또 북한경제에-남겨진 신천지다. 한국경제의 세계화 이전에 한국경제의 '내국화'가 우리 경제의 한 돌파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남북 간의 평화와 교류는 무엇보다 민족애의 발로에서 그 당위성을 찾아야겠지만 그걸 반드시 당위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북한을 '악마'라고 규정하는 이들이라 하더라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햇볕정책에 대해 설명하면서 "옳은 일을 위해선 악마와도 손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던 것에 대해서만큼은 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그 '현실적' 이유들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의 포격전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악화일로를 밟아온 남북관계의 파열음이다. 그러나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고 했다. 즉 사물은 극에 이르면 반작용이 나타나는 법이다. 긴장은 계속 높아질 수만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광복절 축사에서 "남북 간 대립과 갈등의 골이 지금보다 훨씬 깊었던 1972년에 남북한은 최초로 대화를 통해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깜짝 남북대화'로 정치적 궁지를 벗어나려 했던 측면이 크지만 그의 부친 박정희 대통령은 1ㆍ21사태 등 북한의 도발이 절정에 달했던 상황에서 남북대화를 추진했다. 긴장이 고조됐을 때 오히려 돌파구를 찾게 돼 있는 것이다. 포격이 만들어 준,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3일째 계속되고 있는 남북대화의 역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서부전선에서의 북한의 포격과 남한의 반격은 8ㆍ15 광복 70주년으로부터 5일 뒤에 벌어졌다. 그리고 오는 29일은 대한제국이 일제에 강제병합된 경술국치(庚戌國恥)일이다. 8월에 해방과 국치일이 함께 있다는 것은 묘한 역사의 섭리 같은 것을 느끼게 한다. 한민족에게 오욕과 새로운 출발이 같은 달에 있다는 것, 그리고 해방과 국치일의 한가운데에 민족 간의 군사충돌이 벌어졌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 있다. 서부 전선에서의 포성은 우리의 분단과 대결 현실을 일깨워주는 것이자 과제를 잊지 말라는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광복 70년을 맞는 이 8월에 또 다른 광복을 위해서는, 그리고 진정한 국치의 극복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각성케 하는 '타종(打鐘)'으로 들어야 하지 않을까.






이명재 논설위원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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