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사업 맞춤형 인재…'이재용 인재학' 실용 布石 돋보여
-학위→영입 임원 모두 美·유럽서 석·박사 취득
-경력→포천 500대 글로벌 기업 총괄 인사·임원 지내
-기술→해당 분야 최고 권위자·새로운 트렌드 제시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김은별 기자, 손선희 기자] 삼성이 올 들어 영입한 S급 인재의 면면을 보면 삼성이 추구하는 핵심 씽크탱크의 인재상을 엿볼 수 있다. 그동안 모호했던 S급 인재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윤곽이 드러난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27일 "S급 인재의 기준과 구분에 대해선 다소 모호한 면이 있고 그동안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면서 "현재 그룹과 삼성전자 인사팀을 중심으로 S급 인재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측이 명확한 기준은 밝히지 않고 있지만 마케팅, 영업 등 경영 임원의 경우 포천 500대 기업에 근무하며 글로벌 비즈니스를 직접 총괄한 인사, 기술직 임원의 경우 해당 분야의 최고 권위자 또는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제시한 인물 등이 S급 인재 영입 대상이다.
지난해 무선사업부로 영입된 이돈태 전무와 이현율 상무, 지난 5월에 영입된 토마스 고 무선사업부 상무(삼성 페이 담당), 송인숙 의료기기사업부 상무(전략마케팅 담당), 이지수 무선사업부 상무(UX혁신팀) 등의 약력과 경력을 종합해 보면 S급 인재에 대한 기준을 확인할 수 있다.
영입 임원 모두가 미국 또는 유럽 지역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고 졸업 직후 포천 500대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경력에서도 특이점이 보인다. 삼성전자가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에 꼭 맞는 인재들이라는 점이다.
이돈태 전무의 경우 영국 왕립예술대학(RCA)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뒤 영국의 디자인컨설팅 회사 탠저린의 인턴 사원으로 입사해 탠저린의 공동 대표까지 역임했다. 이현율 상무는 MIT 미디어랩 출신으로 보스턴 대학에서 교수직을 맡았다. 토마스 고, 송인숙, 이지수 상무 역시 미국 유력 대학에서 석사 또는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현지 글로벌 기업에서 임원을 맡거나 교수직을 역임했다.
이처럼 미국 또는 유럽 현지에서 학업을 마친 뒤 현지 유력 기업에서 일을 하며 임원직을 역임할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갖추고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이른 인물들이 이 부회장이 영입 대상 1순위로 꼽는 글로벌 인재상인 것이다.
이 부회장의 대표적인 경영 스타일인 실리주의도 최근의 인재 영입 과정에서 엿보인다. 영입된 대상 대부분이 삼성전자가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인재였다는 평가다. 토마스 고 상무는 삼성페이 서비스 시작 직전에 영입돼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론칭시켰으며 송인숙 상무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의료기기 사업에서 돌파구를 열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입 과정에는 이재용 부회장은 물론 각 사업부장(사장, 부사장)들이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기기사업부 전략마케팅팀으로 영입된 송인숙 상무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됐지만 삼성전자행을 결정한 배경에는 사업부장인 조수인 사장이 있었다"면서 "개인적으로도 삼성전자에 대한 관심이 많기도 했지만 조 사장으로부터 사업에 대한 비전과 도전의지를 들은 게 삼성전자 행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글로벌 신입 사원 채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는 8월부터 미국 현지 유력 대학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턴십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9월 스탠포드, 버클리, 퍼듀 대학교 등 유력 대학들을 대상으로 해외 채용설명회도 진행한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경우 9월 중 미국 현지에서 면접을 통해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디자인, 공정 기술 전문가 등을 채용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삼성종합기술원과 함께 오는 9월 8일부터 미국 현지 채용에 나선다. 종합기술원이 소재 중심으로 연구 과제를 재편한 만큼 삼성SDI 소재 부문 인력과 함께 현지 채용에 나선다. 삼성전기는 PCB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박사급 인력 채용에 나섰다.
삼성경제연구소 역시 최근 국내외 석사, 박사급 인력 채용에 나섰다. 이번 채용에선 삼성경제연구소가 다루는 전 분야에 걸쳐 채용 분야를 확대하고 글로벌 분야의 경우 미국, 유럽, 중남미 등 세계경제에 대한 동향 분석을 담당하는 인력들을 채용한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