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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철의 맨해튼 리포트] 뉴욕, 교통지옥 '끝판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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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미국은 1930년대 대공황 시기와 전후 부흥기인 1950~60년대에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사업을 벌였다. 이 덕에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인프라를 갖춘 선진국이란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막대한 예산 투자를 꺼려온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눈치보기, 지역 간 이해조정 실패 등으로 대규모 인프라 건설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최근 이런 인프라 투자 부족 문제가 부각된 사건이 발생했다.

[김근철의 맨해튼 리포트] 뉴욕, 교통지옥 '끝판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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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선 사무실마다 지각 사태가 벌어졌다. 세계 경제와 금융 중심지를 자랑하는 맨해튼 일대의 무더기 지각 사태를 몰고 온 것은 천재지변도 아닌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차량 1대였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쯤 문제의 차량은 뉴욕과 뉴저지를 연결하는 링컨 터널을 지나다가 터널 안에서 멈춰선 채 화재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터널 안의 차량을 안전하게 끌어내기 위해 터널과 주변도로가 차단됐다.

터널 통행은 8시20분쯤 재개됐지만 이미 주변 일대는 교통 지옥으로 변해 있었다. 터널이 막히자 상당수 통근자들은 인근 기차역으로 몰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맨해튼 방면 허드슨리버터미널에서 승객을 가득 태운 통근 열차마저 고장이 나 멈춰섰다. 가뜩이나 통근자가 많은 월요일 오전에 뉴욕과 뉴저지를 잇는 주요 차량 터널과 통근 철도가 막혔으니 출근길 대혼란은 피할 방법이 없었던 셈이다.


이날의 지각 사태는 뉴욕과 뉴저지의 해묵은 교통 인프라(사회간접자본) 건설 논란을 다시 촉발시켰다. 뉴욕과 주변 도시까지 합친 뉴욕 메트로의 인구는 20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그중 상당수는 뉴욕의 허드슨강을 지나 출퇴근하는 뉴저지주 주민들이다.


문제는 경제 및 인구 규모에서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뉴욕 메트로의 통근 인프라가 너무 낡고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뉴욕과 뉴저지를 연결하는 허드슨강 위의 다리와 해저 터널들은 모두 지은 지 80년이 훌쩍 넘었다. 뉴저지 포트리와 맨해튼 북부를 연결하는 조지 워싱턴 다리는 1931년 개통됐다. 맨해튼 중심부 인근에 진출입로가 있는 링컨 터널은 1937년에 개통됐다. 월스트리트가 위치한 맨해튼 남부로 연결된 홀랜드 터널은 그보다 앞선 1927년이 완공년도다.


통근 열차가 다니는 허드슨강 아래의 해저 열차터널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올해로 개통 105년째를 맞는 터널 내부는 현대식 고속 열차가 다닐 수 없게 공간이 협소하고 내부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부식과 균열이 심각하다. 7월엔 낙후된 전기 설비로 인해 사흘 연속 통근 열차가 멈추는 일도 발생했다.


사정이 이쯤되자 뉴욕타임스(NYT)도 최근 사설에서 '새로운 허드슨강 터널을 당장 건설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신문은 특히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뉴욕주와 뉴저지주의 지도자들이 지역 이기주의와 인기주의에 빠져있다고 질타했다.


미 연방정부와 뉴욕 및 뉴저지주 등 3개 당사자들이 건설 비용을 분담해 새로운 터널을 개통해야 한다는 연구용역보고서가 나온 지는 이미 오래다. 그러나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부담액이 너무 많다며 불만을 표출해왔다. 사실 뉴욕주정부에선 뉴저지와 연결하는 인프라를 구축해 봐야 별로 득 될 것이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고소득층이 맨해튼이나 뉴욕주 인근 도시를 탈출, '출퇴근 편리해진' 뉴저지로 빠져나가는 것이 달갑지 않다는 속내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주지사도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뉴저지는 미국에서 뉴욕에 이어 두 번째로 지방세 부담이 높은 지역이어서 주민 불만이 평소에도 많다. 더구나 크리스티 주지사는 내년 대선의 공화당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그런 크리스티 주지사가 인프라 건설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계획을 밀어붙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연방정부도 혼자서 천문학적인 건설비용을 떠안을 수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뉴욕으로의 출퇴근 환경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미 연방 센서스국은 뉴저지의 주민 평균 통근시간이 미국에서 가장 긴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매일 1시간 넘게 걸려 출퇴근하는 통근자들이 급격히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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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슨강의 터널 건설 논란은 비단 뉴욕과 뉴저지지역의 고민만은 아니다. 미국 전역이 이 같은 인프라 동맥경화증에 빠져들고 있다는 경고가 최근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에 아직 제대로 된 고속철도조차 없다"는 푸념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올해 초 미국 토목공학협회는 미국 인프라를 D+ 수준으로 평가했다. 협회는 2020년까지 지상교통 개선에만 1조7000억달러를 투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매년 신년 의회연설에서 과감한 인프라 투자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프라 건설을 위한 재원 마련과 갈등 조정의 구체적인 해법이 자리를 잡지는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새로운 허드슨강 터널 착공 소식도 당분간 듣기 힘들 전망이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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