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기에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수차례 소유구조와 관련한 자료를 요구했지만 롯데 측이 국내 자료만 제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일 롯데가 제출한 일본 등 해외 소재 계열사 관련 자료에 국내 계열사 범위를 새로 확정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 있으면 그간 민감한 자료를 고의로 숨긴 셈이 돼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공정위는 올 들어 4차례에 걸쳐 롯데그룹에 소유구조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
1월23일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 등 지정을 위한 자료'를 내라고 요구했다.
4월2일에는 '주식소유현황 및 채무보증현황'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어 6월26일과 7월2일에도 비슷한 취지의 요청이 롯데그룹에 전달됐다.
그러나 롯데는 이때까지 국내 소재 계열사 자료만 제출하고 일본 광윤사, L투자회사, 롯데홀딩스 등 해외계열사 지분구조 관련 자료는 제출 대상에서 누락했다.
공정위는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롯데그룹 해외계열사 지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7월31일 주주현황, 주식보유현황, 임원현황 등 해외계열사 관련 내용을 특정해 요구했다.
외국에 소재지가 있는 해외법인은 현행 공정거래법상 규제 대상은 아니어서 공정위에 현황을 보고할 의무는 없다.
롯데는 경영권 분쟁 후 여론이 악화하자 그간 공개하지 않았던 해외계열사 관련 자료를 택배상자 7개 분량으로 정리해 공정위에 냈다.
이 때문에 롯데가 교묘하게 자료 제출 의무를 어기면서 일부 자료를 허위제출해 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가 기존의 법 조문을 토대로 새롭게 롯데 해외계열사 현황 자료를 요구한 것을 놓고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일본 계열사를 통한 비정상적인 롯데그룹 경영 실태를 확인할 법적 수단을 갖고 있으면서 이제까지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 의원은 "롯데나 공정위 둘 중 하나는 사실상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며 "이번 조사로 롯데그룹의 잘못이 드러나면 공정위는 이제껏 이를 파악하지 못한 데 대해 무능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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