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아내와 사별 후 결심
"직원 가족들 보람 느꼈으면"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이준용(77) 대림산업 명예회장이 '통일나눔펀드'에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17일 밝혔다. 이 명예 회장의 개인재산은 대림산업과 관련한 비공개 주식 등 2000억원 정도다.
이날 이 명예회장은 "일반 국민들이 십시일반으로 통일나눔펀드에 작은 정성을 보태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며 기부의사를 전했다. 통일나눔펀드는 남북간 교류 협력을 강화하고 통일을 위해서 노력하는 단체를 지원하기 위해 '통일과 나눔' 재단이 조성한 펀드다.
이 명예회장은 이미 활동 중인 공익 법인 중에 '좋은 일을 제대로 하는 곳'이 있다면 그곳에 기부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 기부'라는 취지에서 통일나눔재단에 기부키로 결정했다고 했다. 자신의 이름을 걸어서 재단을 새로 만들고 운영할 수 있지만 그것 또한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라는 생각에서다.
이 명예회장은 아내인 한경진 여사가 지난해 12월 작고한 후 개인 재산 기부를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집사람이 나를 추월해 먼저 갈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얼마 안 되지만 내가 원하는 곳에 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이번 기부가 대림산업 임직원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 명예회장은 "(이번 기부를 통해) 대림 가족들이 어디 가서든 칭찬받고 보람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명예회장의 '통 큰 결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5년 대구지하철 가스폭발 사고 당시에는 피해 복구비와 유가족 성금으로 20억원을 기탁했다. 또 1998년 외환위기 때에는 당시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GS칼텍스 주식과 상속받은 부동산 등 350억원어치 재산을 대림산업에 아무 조건 없이 출연해 경영난에 빠진 회사를 살리기도 했다.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덴버대에서 통계학을 전공한 그는 부친인 고(故) 이재준 창업주의 권유로 1966년 대림산업 계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국내 최초로 베트남과 중동 진출에 성공하며 중동 건설 붐을 주도했다. 대림산업 대표 시절엔 88서울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이었던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을 완성하기도 했다.
1993년 대림그룹 회장에 오른 그는 현재 경영 전면에서는 한 발짝 물러났지만 중요 현안을 챙기고 있다. 슬하에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과 이해창 대림산업 부사장 등 3남2녀를 두고 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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