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해섭 기자]천정배 국회의원(무소속, 광주 서구 을)이 15일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기념 성명을 발표하고 광복 100주년을 준비하는 새로운 주도세력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천 의원은 개인 성명을 통해 “일흔 번째 맞이하는 광복절에 마침 극장가에서는 일제에 '암살'로 맞섰던 독립 운동가들의 이야기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영화를 보고 한편으로 우리의 광복이 거저 얻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는다”면서 “그러나 다른 한편 영화 속 상상과는 달리 친일 세력을 청산하지 못한 현실에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고 광복절을 맞이하는 소회를 전했다.
천 의원은 “돌이켜보면 지난 70년은 한마디로 영과 욕, 환희와 고통 그리고 빛과 어두움이 교차해온 역사였다”고 전제한 뒤 “일본의 전시수탈체제에 수다한 생명과 재산을 빼앗기고 맨손으로 맞이한 광복이지만 우리는 희망으로 충만했고, ‘우리’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정부를 세우고, 우리말과 글을 가르치고, 토지개혁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그러나 전쟁과 학살, 분단고착으로 이어지는 더 큰 고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학생들이 일어나 완고하고 무능한 권위주의 정권을 무너뜨렸으나 그들이 부르던 민주주의의 노래는 군화발과 탱크 소리에 묻혀버렸다”고 설명했다.
천 의원은 “군사정권에 의해 민주주의와 인권은 유보되었지만 우리 국민은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룩하는 저력을 보였다”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녀들을 교육시키고, 막장과 열사의 땅을 마다않는 은근과 끈기로 한강의 기적을 이룩했다. 광주를 비롯한 수많은 희생을 통해 민주주의를 다시 찾았고, 수평적 정권교체도 이뤘다”고 평가했다.
이어 천 의원은 “이제 곧 우리는 세계에서 인구 5천만이 넘는 나라 가운데 국민소득 3만 불이 넘는 7번째 나라가 된다”며 “전후 탄생한 신생국 가운데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성취한 거의 유일한 나라, 전 세계가 찬탄해 마지않는 나라가 되었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그러나, 대한민국의 머리위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올해 우리 경제가 2%대 성장에 머물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현실이 되고 있다”면서 “이대로는 청년실업도 늘어나는 복지수요도 감당하기 어렵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세습과 갑을 관계가 만드는 기회와 과정의 불공정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전망했다.
천 의원은 “저성장과 불평등이 가져올 더 심각한 결과는 우리 사회를 지탱해온 두 가지 믿음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지난 70년의 놀라운 성취는 ‘내일은 더 좋아질 거야’라는 믿음과 ‘노력하면 마땅한 보상을 받는다’는 믿음 위에 세워졌다”며 “저성장과 불평등이 계속되는 한 더 좋은 내일과 공정한 보상에 대한 믿음은 사라질 것이다. 믿음을 잃어버린 사회에는 희망도 없다.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출산율과 가장 높은 자살률은 희망을 주지 못하는 대한민국에 대한 우리 국민의 준엄한 경고”라고 주장했다.
천 의원은 “우리가 지난 70년의 성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를 꼽는다면 그것은 분단현실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완수하지 못하는 한 광복은 영원히 미완으로 남을 것”이라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우리 민족의 역사적 당위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크게 일어설 결정적 기회이다.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결정적 일보를 디뎠건만 지금 한반도의 긴장은 다시 고조되고 있고 위기이다”고 밝혔다.
또한, 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언급하며 “현존하는 위협에도 불구하고 광복 70주년 기념 경축사를 통해 드러난 박근혜 대통령의 현실인식은 안이하기 이를 데 없다. 가계부채가 1천조를 넘어서고, 저성장과 불평등으로 중산층과 서민의 삶이 무너지고 있는데도 이에 대해 아무런 구체적 언급이 없다”면서 “당연히 정부를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현실에 대한 반성과 성찰도 없고, 개념조차 모호한 창조경제의 신기루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천 의원은 “평화통일을 진정한 광복의 완성이라 선언한 대통령의 언급은 환영할 일이나, 남북 간 대화노력의 과거 사례로 박정희 대통령의 7.4공동성명만을 언급하는 모습에서 대통령이 여전히 남북관계를 국내정치의 부속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며 “박 대통령의 사고 속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반대자 김대중이 아니라 대통령 김대중이 이끌어낸 6.15 남북공동선언은 자리 잡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천 의원은 아베 일본총리의 발언도 언급하며 “식민침략과 과거사에 대한 직접적인 사죄는 빼놓고 '역대 내각의 입장은 앞으로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 한 아베 일본총리의 담화는 언어유희에 불과하고, 국제여론의 반응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박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아베 총리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이것은 국민정서와는 동떨어진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천 의원은 “우리는 이제 저성장과 불평등, 한반도의 위기라는 세 가지 새로운 도전을 직시하고 넘어서야 한다”며 “지난 70년간 온갖 간난을 이기고 이 자리에 왔듯이 우리 국민은 극복할 수 있고, 이를 위해 저는 우리사회의 주도세력을 전면적으로 교체할 것”을 제안했다.
천 의원은 “현재의 주도세력은 지난 70년간 큰 성과를 거두었지만 낡고 수명을 다했다. 고도성장기의 주역인 재벌은 더 이상 성장의 견인차가 아니라 성장의 장애물이 되었다”고 말한 뒤 “재벌은 혁신을 통해 더 큰 부를 창출하기보다는 더 큰 이권을 위해 새로운 도전자들의 진입과 경쟁을 가로막는 시장경제의 파괴자가 되었다”면서 “경영권 세습을 둘러싼 재벌총수 일가의 끊임없는 추문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이다. 재벌이 아닌 혁신적 중소기업들이, 세습 받은 총수 일가가 아닌 혁신적 기업가들이 한국경제의 새로운 주역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 의원은 “세월호의 참극에서 메르스 사태로 이르는 과정에서 드러난 관피아들의 탐욕과 무능은 어떠한 변명도 허락하지 않는다”며 “한국경제의 성장을 뒷받침했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했던 경제관료들은 모피아라는 말처럼 재벌과 결탁해 이권의 떡고물을 챙기는 집단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천 의원은 “검찰은 우리사회의 정의를 위해 복무하기보다 자신들의 권력유지를 위해 정치권력의 시녀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며 “하나회를 척결해 군을 바로 세웠던 것처럼 특권집단이 되어 국민위에 군림하는 관료들에 대한 확고한 문민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천 의원은 “여와 야를 막론하고 기성 정치세력은 너무나 무기력하고 무능하여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어떠한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고, 우리 사회의 각 영역을 통합하고 조정하는 리더십도 발휘하지 못한다”면서 “새누리와 새정치연합의 양대 정당은 서로 갈등하지만 특정 진영과 특정 지역에서 누리는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기득권을 나눠 갖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 뒤 “적대적 공존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양대 기득권 정당의 카르텔 구조를 깨고 새판을 짜야 한다. 한국정치의 새판을 짤 개혁정치세력이 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천 의원은 “광복 100주년을 맞는 대한민국의 아침은 경제는 지속적이고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국민 모두가 더불어 잘살며,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전체의 공동번영을 이끄는 통일된 평화국가의 모습”이라며 “풍요롭고 공정한 평화국가 대한민국은 광복 100주년에 맞이할 우리의 꿈이고, 우리는 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해섭 기자 no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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