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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7000억짜리 갈등…'균형발전vs핵심 경쟁력 강화' 논쟁 확대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2분 13초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서울 도심의 노른자위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터의 개발이익(공공기여금) 용처를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용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개발사업 일정이 크게 틀어질 수 있어서 사업주체인 현대차그룹은 초미의 관심이다. 이 곳 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핵심 요지 개발사업도 잇따라 추진되고 있어 한전 터 이슈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을 경우 사업자들은 줄줄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그만큼 한전 터에서 발생하는 공공기여금 용처 문제는 중요한 사안이다.

한전 터가 1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액수에 팔리다보니 현대차그룹이 낼 기여금은 1조7000억원을 넘어선 수준에서 협의되고 있다. 땅을 매각한 한전 뿐 아니라 서울시도 막대한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그런데 기여금이 천문학적이다 보니 자치단체별로 용처에 대해 입장이 판이하게 갈린다.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이던 이 사안은 균형발전이냐, 아니면 핵심 지역 경쟁력 강화냐 하는 논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각 지자체 수장의 소속 정당에 따라 입장이 확연히 갈린다. 서울시는 한전 터 공공기여금을 강남구 뿐 아니라 송파구 지역인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개발에도 사용하기 위해 지구단위계획구역을 넓혀서 지난달 고시했으며 기여금 활용 지역을 아예 시 전체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을 지난달 정부에 건의했다.

예를 들어 개발로 인해 도로를 신설해야 하는데 생활권을 고려치 않고 해당 자치구 경계만을 기준으로 삼아 끊는다면 불합리하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또 기여금 사용 원칙 중의 하나로 지역 균형발전을 내세우고 있기도 하다.


서울시는 지구단위계획 구역이면서 강남구 관내인 영동대로 지하 복합환승시스템 구축과 함께 강남구 외 지역인 탄천대로 지하화와 잠실운동장 개발 등에도 기여금을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탄천대로 지하화와 잠실운동장 개발 비용으로 추산되는 6000억~6500억원 외에는 결국 강남구 지역에 모두 사용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 설명대로라면 제안된 공공기여금 규모만 놓고 봐도 1조원 이상이 강남구 지역에 쓰이게 되는 셈이다.


20명의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구청장들도 지난 10일 '강남ㆍ북 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여 제도 개선 촉구' 성명서를 통해 "현행 규정대로 하면 1조7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공공기여금이 강남지역에만 돌아가 강남ㆍ북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기여금 활용 범위를 시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강남 3구(서초ㆍ송파ㆍ강남구)와 중구, 중랑구 등 5명의 새누리당 소속 구청장들은 이번 성명에 동참하지 않았다. 강남 지역 구청장들은 관내 개발 수요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며 그 외 지역 구청장들도 같은 소속 정당 구청장들의 최대 현안인 점을 감안해 입장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강남구는 공공기여금의 관내 '우선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KTX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6개 철도 노선이 들어오는 영동대로 지하 복합환승센터 개발 비용을 전액 공공기여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남구는 영동대로를 국제 경제의 중심축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서울시는 이 복합환승센터 구축 비용을 7000억~8000억원으로 보고 있다. 이는 중앙정부와 철도시설공단, 서울시 등 여러 곳이 얽혀 있어 재원도 분담해 정해야할 사안이므로 기여금만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주장은 불합리하다는 게 서울시의 시각이다.


강남구는 잠실운동장까지 묶어 기여금을 쓸 수 있도록 한 지구단위계획구역 고시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데, 한 술 더 떠 아예 강북 등 낙후 지역에도 기여금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 요구가 가시화되자 더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강남구 범구민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촛불시위를 했으며 12일 사업지 앞에서도 재차 시위를 벌인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서울시장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내더니 12일 오전에는 서울시청을 찾아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신 구청장은 호소문에서 "개발밀도 상승으로 주민이 감수해야 하는 교통 대란, 환경 오염, 상대적으로 필요한 기반시설 설치를 위해 공공기여금이 최우선적으로 (강남구에서) 사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기여금 사용 범위 확대 요구에 대해서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강남구 세계화 노력을 폄하하는 여론몰이"라고 비판했다.


갈등이 첨예해지자 용처에 대한 법규정을 관할하는 정부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전문가 자문과 지자체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최대한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이나 이해관계 뿐 아니라 정치적 입장차가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잠실운동장 일대까지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묶어서 공공기여금을 사용하는 것은 이미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라며 "법적인 문제를 떠나서 봐도 강남만 과도하게 개발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구룡마을이나 수서역세권 개발 갈등에서 보듯 정치적 논리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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