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서울시가 옛 한국전력 부지 개발 공공기여금 중 6000억~6500억원을 제외하고는 강남구 지역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1조7000억원의 기여금을 제안한 상태이며, 강남구는 이 돈을 관내에 우선 사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 설명대로라면 제안된 기여금 규모만 놓고 봐도 1조원 이상이 강남구 지역에 쓰이게 되는 셈이다.
권해윤 서울시 동남권개발추진단장은 11일 브리핑을 통해 “공공기여는 영동대로 복합환승시스템 구축과 통합 개발 등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을 위한 기반시설 확충에 우선적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며 “탄천도로 지하화와 잠실종합운동장 정비 외에는 대부분 강남구에 쓰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동적이긴 하지만 탄천도로 지하화에 4000억원, 잠실운동장 정비에 2000억~2500억원가량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강남구는 KTX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6개 철도 노선이 들어오는 영동대로 지하 복합환승시스템 구축 비용을 공공기여금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는 복합환승센터 구축 비용을 7000억~8000억원으로 보고 있다.
김용학 서울시 동남권공공개발추진반장은 “영동대로 지하 개발은 국가와 철도시설공단, 서울시 등 여러 곳이 얽혀 있으므로 추진 주체를 정리하고 재원도 분담하는 방안을 정리해야 하므로 한전 부지 공공기여금만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주장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강남구 모두 여러 철도 사업들을 통합해 개발해야 한다는 데에는 입장이 같다.
서울시는 강남구에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권 단장은 “1조7000억원이란 기여금 규모는 현대차그룹이 제안한 금액일 뿐 아직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강남구가 우선사용권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공공기여금을 자치구가 아닌 특별시 전역에 쓸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이 추진되는 것도 강남구가 자초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구가 한전 부지 내 변전소 이전 신축 허가를 내주지 않는데 대해서도 “구체적 개발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대지만 사실상 사전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에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무역협회는 지난달 잠실운동장 내 서울시 소유 토지에 15만㎡ 규모의 전시장과 호텔, 백화점 등 건립을 제안했으며 이에 대해 서울시는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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