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맨해튼 리포트]아베, 클림트 그림 꼭 보시게

시계아이콘02분 26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독일과 오스트리아 회화 전문 미술관인 뉴욕의 노이에(NEUE) 갤러리는 5번가와 86스트리트가 만나는 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다. 보자르 양식의 옛 건물 한 채를 개조해 만든 이곳은 뉴욕이 자랑하는 유명 미술관들에 비해선 소박할 정도로 아담하다. 길 건너 대각선 방향에 세계 최대 규모의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화려하게 버티고 있어 쉽게 눈에 띄지도 않는다.


그래도 노이에 갤러리는 요즘 뉴욕의 미술관들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이다. 올해 초 개봉해 화제를 낳았던 영화 '우먼 인 골드(Woman in Gold)' 덕이라 할 수 있다. 노이에 갤러리는 영화의 모티브가 됐던 바로 그 그림, '아델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을 소장하고 있는 곳이다.

아델의 초상화는 추가 설명이 불필요한 작품이다. 20세기 오스트리아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대표작인 동시에 현대 미술의 손꼽히는 걸작이다. 여기에 영화를 통해 이 그림이 오스트리아에서 미국으로 넘어오게 된 흥미진진한 배경까지 널리 알려지면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맨해튼 리포트]아베, 클림트 그림 꼭 보시게 영화 '우먼 인 골드'의 포스터
AD


마침 노이에 갤러리도 '구스타프 클림트와 아델 블로흐-바우어:우먼 인 골드' 기획전을 오는 9월7일까지 개최하고 있다. 기자도 '더 늦기 전'에 지난 주말 노이에 갤러리를 찾았다. 오전임에도 관람객이 몰려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1층 로비에서 입장권을 구입한 뒤 곧바로 2층 전시실로 향했다. 메인 전시실 한쪽 벽에는 아델의 초상화가 고혹적인 눈길로 관람객을 맞고 있다. 창백한 얼굴 속에 몽환적인 눈빛과 붉은 입술, 클림트가 비잔틴 양식 모자이크에서 영감을 얻어 실제 황금을 재료로 완성한 눈부신 드레스 배경이 묘한 조화를 이룬 이 작품 앞에서 관람객들의 숨죽인 탄성이 끊이지 않았다.

바로 옆 전시실에는 클림트가 4년의 열정을 바쳐 1907년에 이 걸작을 완성한 과정과 준비과정이 한눈에 들어오게 설명돼 있다. 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의 모나리자'로 불렸던 이 작품이 어떻게 미국으로 건너와 지금 노이에 갤러리에 있게 됐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한 설명이 붙어있다.


클림트에게 이 작품을 의뢰한 사람은 아델의 남편인 페르디난드 블로흐-바우어다. 유태인 출신의 재력가였던 그는 결혼 선물로 이 초상화를 의뢰했다. 완성된 작품은 이후 페르디난드의 비엔나 저택에 걸려있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중 이 작품은 오스트리아를 장악한 독일 나치의 손에 넘어갔고 전후에는 2005년까지 '우먼 인 골드'라는 작품 명으로 오스트리아의 벨베디어 궁전 안에 있는 국립미술관에 걸려있었다.


하지만 나치의 유태인 박해를 피해 가까스로 미국으로 넘어왔던 아델 블로흐-바우어의 조카 마리아 알트만은 신출내기 변호사 랜디 쇤베르크와 손잡고 오스트리아 정부를 상대로 한 8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이 작품을 돌려받게 된다. 이후 이 작품은 회화 작품 중 최고 경매가인 1억3500만달러(1575억원)에 팔려 2006년부터 노이에 갤러리에서 전시돼 있다.


설명을 따라 읽으면서 영화 '우먼 인 골드'의 주요 장면들이 생생히 다시 떠올랐다. 그중에서 인상 깊었던 대목은 변호사 쇤베르크가 오스트리아 중재위원회를 상대로 최종 변론을 펼치던 장면이다.


영화에서도 소개됐지만 당시 알트만 측이 승소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던 모양이다. 나치가 페르디난드 일가의 재산을 약탈한 과정과 근거, 그리고 전후 수십 년간 오스트리아 정부가 이를 소장하게 된 과정을 불법이라고 반박할 결정적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약탈과 살육의 가해자들이 자신들의 죄상을 솔직하고 객관적으로 기록하고 남겨뒀을 리는 없다. 피해자들도 증거와 증언을 일일이 챙겨두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제국주의 침탈의 광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던 그들에게 그럴 여유는 허락되지 않았다.


이런 틈바구니를 이용해 오스트리아 정부도 국보급 미술품인 '우먼 인 골드'만큼은 내줄 이유가 없다고 버텼던 셈이다. 수세에 몰린 변호사 쇤베르크는 마지막 진술에서 자료 제출 대신 오스트리아의 양심에 호소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그는 "제발 나치와 오스트리아가 피해자들에게 잘못을 저질렀다는 점만이라도 솔직히 인정해 달라"고 호소한다. 영화에선 "이 같은 행동은 비단 알트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스트리아의 미래와 후손들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대사도 나온다. 결국 오스트리아의 중재위원회는 당초 예상을 뒤집고 아델의 초상화를 알트만에게 되돌려주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아델의 초상화에 대한 정당한 소유권을 둘러싼 공방의 본질은 '아베 담화' 논란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전후 70주년을 맞아 발표할 담화에 과거 침략 전쟁과 식민지배, 그 피해에 대한 진솔한 사죄는 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정부는 군위안부 강제 동원에 대해서도 '이를 입증할 공식 문서나 증거가 없다'는 논리로 책임을 피해가고 있다.


쇤베르크 변호사가 이 문제로 국제 법정에 섰다면 아마도 이런 요지의 최후 변론을 했을 것 같다.


"아베 총리,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일본의 잘못된 행위에 대한 솔직한 인정과 사과입니다. 잘못된 과거에 대한 인정은 피해자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본의 미래와 후손들을 위해서 절실한 것입니다."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핑계로 과거사 문제와 사과를 외면하려는 아베 총리에게 너무 늦기 전에 '구스타프 클림트와 아델 블로흐-바우어 특별전' 관람을 꼭 권하고 싶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