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안컵 1차전서 北에 지자 비난 쇄도
오늘 2차전 맞짱, 역전드라마 쓸지 주목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어게인(AGAIN) 2014?'
바히드 할릴호지치(63·보스니아)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은 한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을 떠올렸을지 모른다. 알제리 대표팀을 이끌고 조별리그에서 한국축구를 혼쭐내 이름을 알린 그가 위기에서 마주친 상대는 또 다시 한국이다. 지난 3월 지휘봉을 잡아 부임 5개월째를 맞은 이방인 사령탑에게도 물러설 수 없는 한 판이다.
한국과 일본은 5일 오후 7시 20분(한국시간)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리는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 선수권대회(EAFF 동아시안컵) 2차전에서 격돌한다. 2013년 국내에서 열린 5회 대회(7월 28일·2-1 일본 승) 이후 2년여 만에 성사된 한일전이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1차전(2일)에서 북한에 1-2로 패한 뒤 일본 축구계와 대립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3일 전 이곳에 도착했고 상대는 몇 주 동안 준비를 했다. 일본축구 책임자들은 상황을 정확히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 언론과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지난달 15일 안방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에서 약체 싱가포르와 0-0으로 비긴데 이어 북한에도 패하자 "핑계를 늘어놓는다"고 비판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 첫 경기(2014년 6월 18일)에서 벨기에에 1-2로 역전패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알제리 취재진으로부터 무자비한 질타를 당했다. 그러나 알제리가 한국을 4-2로 이기자 그에 대한 비난은 칭송으로 바뀌었다. 매 경기 선발 명단에 변화를 주며 '괴짜'로 불린 그가 알제리를 월드컵 사상 첫 16강으로 이끌고, 우승팀 독일과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1-2 패)을 하자 '전술가' 혹은 '쌈닭'이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다시 한국을 이겨 지도력을 증명해야 할 입장이다. 지난해 9월 한국 대표팀을 맡아 부임 4개월 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준우승하고, 이정협(24·상주), 이용재(24·나가사키), 김승대(24·포항), 이종호(23·전남) 등 발탁한 선수마다 데뷔경기에서 득점을 올리는 등 뛰어난 안목을 입증한 울리 슈틸리케 감독(61·독일)과의 비교가 불가피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일전이 국민에게 어떤 의미인지 선수들이 잘 알고 있다. 일본이 북한보다 안 좋은 팀이라 진 것은 아니다. 실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실수를 만회하려고 적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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