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30km가 넘는 돌풍, 항아리벙커, 울퉁불퉁한 그린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파70을 파72로, 전장은 7204야드에서 6410야드로."
31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턴베리골프장 에일사코스에서 대장정에 돌입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네번째 메이저 브리티시여자오픈(총상금 300만 달러)은 2009년 138번째 디오픈이 열렸을 때와 달리 파가 늘어났고, 전장은 800야드나 줄여 세팅됐다. 3번과 14번 등 2개의 파4홀을 파5로 변경한 게 핵심이다. 여자선수들에게는 그러나 여전히 어렵다.
무엇보다 시시각각 방향과 세기를 바꾸는 '해풍'이 변수다. 지난해 모 마틴(미국)은 잉글랜드 사우스포트 로열버크데일골프장(파72ㆍ6458야드)에서 유일한 언더파 스코어(1언더파 287타)를 작성해 생애 첫 우승을 일궈냈다. 그것도 최종일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이글을 잡는 행운이 동력이 됐다. 코스는 다르지만 올해도 다르지 않다. 비슷한 링크스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첫날은 다행히 바람 한 점 없는 날씨가 선수들을 반겼다. 김효주(20)가 7언더파를 몰아칠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둘째날부터는 비와 함께 시속 30km가 넘는 돌풍까지 예보돼 있다. 에일사코스는 해안 바로 옆에 조성돼 바닷바람이 더욱 거세다. 사연이 있다. 1901년 개장 초기의 코스는 1, 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공군비행장으로 사용됐다. 이 때문에 종전 후 활주로로 사용되지 않았던 절벽 옆 부지를 활용해 1949년 새로운 코스가 탄생했다.
3번홀(파4)부터 본격적인 가시밭길이 시작된다. 11번홀(파3)까지 해안을 따라 쭉 나갔다가 12번홀(파4)에서 클럽하우스 쪽으로 되돌아오는 모양이다. 바람을 극복하는 클럽 선택과 샷이 중요하지만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억센 러프와 항아리벙커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그린 공략도 마찬가지다. 1번홀(파4)부터 그린을 엄호하고 있는 4개의 벙커를 만난다. 두번째 샷은 '벙커와의 전쟁'이다.
가장 아름다운 경관으로 유명한 9번홀(파4)만 유일하게 벙커가 없다. 티잉그라운드가 절벽 끝에 자리 잡은 곳이다. 톰 왓슨(미국)이 2009년 디오픈에서 '환갑투혼'을 펼칠 때 막간을 이용해 오히려 풍경을 즐기는 '망중한( 忙中閑)'으로 포토뉴스가 됐던 바로 그 홀이다. 그린에서는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브루스 왕(1274-1329)이 머물던 성이 보여 '브루스의 성'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마지막 3개 홀이 '승부처'다.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도그렉홀인 16번홀(파4)은 티 샷을 페어웨이 왼쪽에 정확하게 안착시켜야 그린을 바라보며 편안하게 공략할 수 있다. 그린 앞에는 실개천이 도사리고 있어 실수가 곧 치명타로 이어진다. 17번홀(파5)은 만만치 않은 거리를 제압하는 동시에 티 샷과 두번째 샷 모두 길쭉한 페어웨이를 확보하는 전략이 필수다.
18번홀(파4)이 '백주의 결투(Duel in the Sun)'라는 역사가 담겨 있는 홀이다. 톰 왓슨이 '옛날 골프황제' 잭 니클라우스(미국) 1977년 디오픈에서 3라운드까지 공동선두를 달리며 각축전을 벌였고, 최종 4라운드 이 홀에서 기어코 우승버디를 솎아냈다. 홀아웃 순간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울퉁불퉁한 그린의 눈에 잘 포착되지 않는 미세한 경사가 막판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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