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신동빈 회장의 이사 해임은 아버지가 직접 지시한 것이다. 일관되게 신동빈을 쫓아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있다.(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중국사업 보고가 누락되거나 거짓 보고가 있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시작 단계부터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에 따라 결정돼 추진했다.(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
롯데가의 신동주·신동빈 두 형제가 모두 '아버지의 뜻'을 전면에 내세웠다. '형제의 난'이라 불리는 일련의 사태 모두 결과적으로 아버지의 지시를 따른 것이라는 게 두 사람의 공통된 입장이다. 양측 주장은 첨예하게 갈리는 가운데, 세간의 시선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입'에 쏠리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신격호 총괄회장은 두 형제의 격론에 대해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각자 '아버지의 의중'을 등에 업고 대립중이지만, 정작 당사자는 입을 굳게 다문 형국이다.
그러나 현재 정황상 신 총괄회장이 향후 그룹 후계구도에 대한 공개적인 입장을 발표할 가능성도 낮다는 게 롯데그룹 및 업계의 중론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두 형제가 모두 '아버지는 내 편'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종식되기 위해서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면서 "다만 내외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은 그렇게 되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고 말했다.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한 달에 한 번은 진행되던 총괄회장 사업보고가 최근 줄어드는 등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가 양호하지 못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롯데 계열사 관계자는 "총괄회장이 사업보고를 듣다가 잠들거나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고 들었다"면서 "워낙 고령이고, 최근 불미스러운 일들이 벌어진 탓에 상황이 안좋아졌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아닌 '롯데가(家)' 차원에서의 의사결정이 발표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형제의 일본인 어머니 시게미쓰 하쓰코씨, 형제와 이복남매간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등 일가족이 모두 한국으로 모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후계구도를 정하기 위한 '가족회의'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신 총괄회장과 신 이사장이 지난 28일 밤, 신 전 부회장이 전날 밤 귀국한 데 이어 이날 오후 시게미쓰 하쓰코씨가 입국했다. 다만,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신동빈 회장은 여전히 귀국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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