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 통합은행장, 사실상 김정태 회장이 결정…내달 중순 윤곽 드러나
'임기'도 관건…김 회장 임기 2018년3월, 교체 기회 있어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셈이 복잡하다. 통합 은행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 메가뱅크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 누가 이 조각들을 잘 맞출 것인가. 다시 말해 누가 하나외환 통합은행장으로서 적임자인가. 평소 기자들의 전화를 잘 받던 김정태 회장이 깊은 침묵에 들어간 것도 그의 복잡한 심경을 드러낸다. 절차적으로 통합은행장은 행장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이사회에서 선임한다. 하지만 김 회장의 '신의 한수'가 사실상 결정짓는다. 9월 통합은행 출범이 예정된 만큼 8월 중순에는 통합은행장의 윤곽도 드러날 전망이다. 김 회장의 심중(心中)은 누구를 향하고 있을까.
통합은행은 290조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메가뱅크다. 김 회장이 이 장대한 꿈을 공식화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1년간 외환은행 노동조합과의 지리한 통합 협상을 이어온 만큼 통합은행장은 두 조직의 성공적인 화합을 이끌어내는 것이 급선무다. 두 조직의 물리적 결합을 넘어 화학적 결합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30여년 경력의 '외환맨'으로 외환은행 조직원들을 보듬을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외환노조와 최종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해 김 회장이 전면에 나서도록 한 것은 실투였다. 이 실투에 대해, 최고의사 결정권자가 아닌 대리인 자격으로는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다는 동정론이 제기된다. 김 회장이 막판에 해결할 수 있었던 것도 김 행장이 1년간 노조를 설득하면서 신뢰를 쌓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해석도 덧붙는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통합은행장의 역할이 장기적으로 인사, 고용상의 투트랙을 하나로 맞추는 일인 만큼 외환은행 출신이 유리하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유력 후보인 김병호 하나은행장은 지난 2월 선임된 후 재무 전략통의 능력을 발휘해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 통합 은행의 실적을 고려한다면 0순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통합과정에서 한발 물러 서 있었던 데다 최연소 행장(1961년생)이라는 점이 부담스럽다. 연령대가 높은 외환은행 직원들이 하나은행장 출신의 어린 은행장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장들의 임기도 변수다. 김 회장의 임기는 2018년 3월까지, 김한조ㆍ김병호 행장은 각각 내년 3월, 2017년 2월까지다. 통상 은행장의 임기는 2년이지만 김한조ㆍ김병호 두 은행장 모두 임기가 남은 상황이어서 둘 중 한명이 통합은행장이 된다면 잔여 임기까지만 맡고 교체되거나 연임할 수 있다.
함영주 하나은행 부행장은 최근 통합은행 등기임원에 선임되면서 후보로 급부상했다. 지난 3월 하나은행장 후보까지 오를 정도로 조직내 신임은 두텁다. 김 회장과 같은 서울은행 출신이다. 하지만 김한조ㆍ김병호 행장과 비교해 통합에 대한 역할이 약해 양쪽 노조가 얼마나 신뢰를 보낼지가 미지수다.
김 회장이 행장을 겸임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확률은 낮다. 김 회장이 통합은행 등기임원에 선임될 때도 그는 사전에 알지 못했다. 김 회장은 주변에 "이사회에서 다른 누군가가 추천해서 (등기임원 선임)그렇게 된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고 설명해온 것으로 봐서는 김 회장은 통합은행장에 뜻이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 결국 현 판세는 4파전 같은 3파전 또는 4파전 같은 2파전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통합은행의 부행장 선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현재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부행장 수는 각각 4명이다. 8명 모두가 통합은행의 부행장을 맡게 될 수는 없어 일부 고위직 인사 이동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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