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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힘으로 동아시아에 평화를

“동아시아에서 과거의 문제는 그대로 덮어두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주장은 과거를 온존시켜 미래를 지배하려고 하는 음모일 수밖에 없다. 과거는 공개하고, 사죄하고, 용서함으로써 극복되는 것이다. 현재를 과거로부터 자유롭게 하고, 미래를 과거로부터 해방시키는 동아시아의 ‘과거로부터의 자유’는 찬란한 ‘시빌 아시아(Civil Asia)'의 시대를 열어젖힐 것이다.”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세계의 지식인들이 일본의 과거사 퇴행에 대한 지식인 공동성명을 2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발표했다.
‘동아시아의, 과거로부터의 자유를 위하여’라는 부제가 붙은 이 성명은 “동아시아의 역사에서 중요한 기념의 해인 2015년에 동아시아와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의 우려와 희망을 표명하기 위한” 것이다.
이 성명을 내놓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사진)은 “우려는 과거는 덮어두고 미래로 가자는 미국과 일본의 논리에 대한 것이며, 희망은 ‘시빌 아시아’ 비전을 내세운 아시아 시민혁명에 대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국 측에서 강만길·백낙청 교수, 고은 시인 등이, 일본 측에서 와다 하루키 교수 등이 함께 참여한 이번 성명서는 지난 7개월간의 작업을 거쳐 마련됐다. 김 전 장관은 그동안 일본엘 여러 차례 오가면서 초안을 다듬고 조율하는 작업을 했다.
이번 성명은 지난 2010년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이해 내놓은 ‘한일 지식인 공동성명서’의 후속 작업 성격이다. 5년 전 한국과 일본의 지식인 1000여명은 '한국병합'이 부당하며 원천무효라고 선언했다. 한일 양국 지식인이 대규모로 공동성명을 발표한 게 처음이었고, 특히 일본에서 더 큰 파장이 일었다. 일본 정부는 이 성명에 응해 간 나오토 당시 총리가 담화를 발표, “식민지 지배가 한국 사람들의 뜻에 반해 실시된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동아시아에서 펼쳐지고 있는 상황은 “2010년의 바람과는 너무나도 역행하는 현상”이라고 성명서는 지적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경제학자로서 산자부 장관을 맡아 새로운 산업정책을 고민하고 기업의 사회책임투자 운동을 제기하고 이끌기도 했지만 동아시아경제공동체의 전망에 대해 숙고하고 모색해 온 ‘아시아주의자’이기도 하다.
“중국의 경제대국화 및 군사적 정비와 일본의 아베 정권의 ‘적극적 평화주의’ 노선 및 미국의 오바마 정권의 ‘아시아 리밸런싱(아시아 중시)’ 전략의 연합이 대립하는 양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동아시아 전역에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이 상황을 시빌 아시아 비전으로써 돌파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동아시아의 120여년에 걸친 전쟁과 긴장의 역사를 끝내고 화해를 향해 나가야 한다.”
김 전 장관은 “동아시아인들이 세계의 시민사회 속에서 명예로운 일원이 될 수 있느냐, 스스로 아시아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느냐는 시험대에 서 있다”면서 “동아시아의 수십억 시민들이 시민 상호간에 국경을 넘어선 교류와 연대를 더욱 확대 심화할 때 동아시아에 자유와 민주주의, 공영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재 논설위원 pro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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