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日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서 신격호 총괄회장 해임
신동주 전 부회장 반란 시도했다가 실패…향후 소유권 다툼 본격화될 수도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롯데그룹이 부자간, 형제간 갈등에 휩싸였다. '포스트 신격호'로 사실상 한일 롯데의 원톱 자리를 이어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하며 다 짜여졌던 후계구도에 상처를 남기게 됐다.
지난 15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올라 한일 롯데그룹을 모두 장악한 신 회장이 신 총괄회장을 해임까지 하게 된 배경에는 '장남'인 신동주 전 롯데그룹 부회장이 있다. 동생에게 밀려 한일 롯데 계열사 전체에서 경영권을 박탈당한 신 전 부회장이 아버지와 동생들을 설득해 쿠데타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권 사수에 나설 경우 승계 경쟁에서 승리하는 모양새를 갖췄던 신 회장과의 본격적인 소유권 전쟁도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28일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격호 대표이사 회장을 전격 해임했다. 신 총괄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명예회장으로 남게 됐다.
앞서 신 총괄회장은 지난 27일 오전 신 전 부회장 등 5명의 친족들과 함께 전세기 편으로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94세의 고령으로 거동과 말이 불편한 신 총괄회장의 일본행은 신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도 신 총괄회장을 일본으로 데려간 5명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 도착한 신 총괄회장은 27일 오후 일본 롯데홀딩스에 나타나 자신을 제외한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했다. 신 총괄회장이 해임한 이사는 신동빈ㆍ쓰쿠다 다카유키 대표이사 부회장 등이다.
신 회장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신 회장 등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은 신 총괄회장의 27일 이사 해임 결정이 이사회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며 28일 이사회를 열어 신 총괄회장을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서 해임했다. 일본롯데홀딩스 이사진은 신 총괄회장을 포함해 모두 7명이다.
시장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동생인 신 회장을 밀어내기 위한 '반란'을 시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신 회장을 제외한 신영자 이사장과 신동인 구단주 직무대행 등 형제들이 모두 이번 반란에 가담하면서 향후 경영권 다툼의 핵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커졌다.
즉, 신 전 부회장의 쿠데타가 사실상 실패로 끝났지만 롯데그룹의 후계구도 다툼이 조만간 현실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롯데의 지배구조는 신격호 회장 일가-광윤사-롯데홀딩스-호텔롯데-국내 계열사로 이뤄져 있다. 광윤사는 롯데홀딩스 지분 27.56%를,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 지분 19.07%를 갖고 있다.
국내에서는 호텔롯데가 롯데쇼핑(8.83%)을 비롯해 롯데칠성(5.92%), 롯데제과(3.21%)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며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결국 롯데 경영권 향방은 광윤사 지분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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