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립지 종료 및 4자 합의 무효 촉구’ 서명운동… “유정복 시장, 시민협의회 전권 위임 주장 거짓”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수도권매립지 현안을 놓고 환경부와 수도권 3개 지자체의 4자 합의가 이뤄진 지 한달 여가 됐지만 여전히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현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의 사용기간 연장을 얻어낸 서울시와 경기도 입장에서야 어느정도 ‘선방’을 했지만 인천시로서는 매립지 소유권·면허권과 연장을 맞바꿨다는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지역 시민사회는 유정복 시장이 행정권력을 남용해 수도권매립지 연장에 합의해줬다며 이를 무효화하고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촉구하는 범시민운동을 벌이겠다는 방침이다.
‘수도권매립지 2016년 종료 서구주민 대책위원회’와 인천평화복지연대, 인천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28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매립지 4자 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며 인천시에 재협상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4자 합의 사항은 인천시민들의 의견은 담기지 못한 채 유정복 시장이 행정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8월부터 수도권매립지 종료 및 4자 합의 무효 촉구를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범시민운동으로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4자 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는 근거로 ‘인천시민협의회’의 권한 위임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인천시민협의회는 매립지문제와 관련 인천시의 대응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1월 유 시장과 노경수 인천시의회 의장, 강범석 서구청장, 주민단체 대표 등 각계 각층 인사 17명으로 구성됐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일부 시민단체는 유 시장이 ‘선제적 조치’ 합의로 비판을 받자 ‘여론 무마용’으로 만든 기구라며 시민협의회 불참과 탈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시민협의회는 여러차례 회의를 갖고 “2016년 매립 종료는 수도권 전체의 공익적 관점에서 현실적·합리적 대안이 아니다”며 사용을 연장하되 그 기간을 최소화하라고 시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유 시장은 시민협의회에서 전권을 위임 받았다며 환경부 등 4자 협의체를 통해 협상에 나섰고, 현 매립지 중 3-1공구를 추가 사용하는 내용의 합의를 이뤄냈다.
시민단체는 “유 시장이 4자 합의 발표 당시 시민협의회에서 전권을 위임 받았다고 했으나, 시민협의회에 참여한 위원들에게 공개질의한 결과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4자 합의는 시장의 ‘행정권한’을 넘어선 ‘행정권력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에 따르면 최근 시민협의회 위원들에게 ‘전권 위임’과 ‘제안 의견’에 대해 질의한 결과 위원 16명 중 답변한 위원들은 모두 7명으로, 이 중 4명은 ‘전권위임’, 3명은 ‘위임사항이 아님’이라고 회신했다.
또 11명은 ‘답변을 하지 않으면 위임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는데도 답변이 없어 사실상 위원 16명 중 12명은 시장에게 권한을 위임한 적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시민단체는 해석했다.
시민단체는 또 시민협의회 위원들이 ‘제안 사항’에 대한 답변으로 ‘비공개’, ‘8년 이내 매립지 종결할 것’, ‘매립지 종료가 명시 안 된 것에 대해 문제제기’ 등으로 밝혀 이들의 의견이 4자 합의에 반영됐는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시민단체는 “인천시가 시민협의회를 통해 정책결정에 신중을 기했다는 발표도 틀린 말”이라며 “위원들이 시민협의회에서 제안한 내용들이 실제 4자 협상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협의회 관련 내용 공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시민협의회 위원들 가운데 행정 책임자들이 모두 답변을 회피했다”면서 “서구청장, 서구의회 의장, 시의회 의장에게 추가 면담 요구와 수도권 매립지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시민단체들은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위한 범시민운동과 함께 매립지 반입 쓰레기 감시를 위한 시민행동, 쓰레기 문제 해법을 위한 정책토론회 등을 통해 인천시민들의 쓰레기 정책에 대한 대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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