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불신에 빠진 중국증시‥"정책이 시장에 졌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57초

예고된 '악재'와 예상 못한 '복병'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중국증시가 조정을 받을 만한 요인이 없는 건 아니지만, 8년만에 최대 낙폭은 솔직히 당황스럽다.”


지난 2007년 세계 경제를 혼수상태에 빠뜨렸던 ‘글로벌 금융위기’의 망령이 다시 한 번 글로벌 증시를 위협하고 있다. 이번엔 미국이 아닌 중국. 유로존 위기와 그리스 채무불이행 사태를 어렵게 극복한 글로벌 증시가 중국이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난 것이다.

전일 중국 상하이 증시가 지난 2007년 2월 이후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이번에 기록한 낙폭은 8.48%로 하루새 무려 345포인트가 증발했다. 지난주 4100선을 돌파하며 회복국면에 진입하는 듯 했던 지수는 다시 3700선까지 밀렸다. 시장은 이날을 ‘블랙 먼데이(Black Monday)’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중국증시 폭락에 이은 이머징 증시 하락에 전문가들도 명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명확한 진단이 없으니 투심은 더욱 얼어붙는 모양새다.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악재가 수면위로 떠오를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불안감까지 엄습하고 있다.

증권사 이머징마켓담당 한 연구원은 "외국계 자금 이탈로 이머징 국가의 증시가 전반적으로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중국증시가 8% 넘게 하락한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렵다"며 "일각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메가톤급 악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예고된 악재= 증시 전문가들은 그동안 이머징 증시의 약세를 점칠만한 배경으로 미국 금리인상, 환율, 경제성장률 둔화 등을 꼽아왔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는 이르면 오는 9월, 늦어도 12월에는 올릴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28일과 29일 이틀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인상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해소해 줄지가 관건이다.


달러강세 역시 이머징 증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리인상을 앞두고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계 자금이 지속적으로 이머징 증시에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한달새 1080원대 후반에서 1160원 후반까지 치솟았다. 특히 전 거래일 장중 한 때 3년만에 최고 수준인 1170원을 넘어서는 등 변동성이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달러강세에 이머징 국가를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 이탈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달들어 외국인은 중국 상하이 증시에서만 약 6조원 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고, 한국 증시에서도 2조3000억원 이상 순매도했다. 중국증시에서 이탈한 외국계 자금은 월간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더해 중국의 부진한 경제지표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지난 6월 중국의 제조업 기업 순이익은 전년 대비 0.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고, 지난 24일 발표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 역시 48.2로 15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변준호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증시가 한 달도 못돼 재차 급락했다는 점은 펀더맨털 개선 없이는 불안정한 흐름이 지속될 수 밖에 없음을 시사한다"며 "앞으로도 큰 폭의 등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복병으로 떠오른 중국 자본시장 '신뢰도'= 지금까지 드러난 악재로는 최근 중국증시의 변동성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달러강세, 경제성장률 둔화 등은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악재라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중국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도 테스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중국증시 폭락의 배경과 관련해 "중국 주식시장이 정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설 수 있을지 시험하는 무대에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그동안 암묵적으로 용인해온 중국 정부의 증시부양 조치에 사실상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최근 중국정부의 지나친 시장간섭의 사례를 3가지로 요약했다. 발권력을 가진 인민은행을 동원해 주식을 매입, 신주발행과 IPO를 금지, 절반의 가까운 종목에 특별한 해명 없이 취한 거래정지 조치 등이다.


강 부장은 "금융위기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부분적인 거래정지나 공매도 제한 등의 조치가 취해지는 경우는 있으나 단순히 주가가 많이 하락했다고 해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발권력을 동원하거나 매매자체를 정지시키는 것은 시장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요인"이라며 "중국 주식시장이 본격적으로 재상승 하기 위한 뚜렷한 신호가 없어 선별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증권사 한 투자전략팀장 역시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정부의 지나친 시장간섭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른바 '금융 공산주의'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묵인하고 있었던 부분이 많았다"면서 "최근 들어 주식시장의 효율성과 신뢰에 대해 본격적으로 의문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내증시 역시 어닝시즌이 마무리될때까지 변동성 큰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환율, 경제성장률 등 드러난 악재만으로도 흔들릴 수 있는 국내증시가 드러나지않는 중국발 악재에 휘청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형민 K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동안 중국증시에 대해 낙관론을 가졌던게 사실이지만 최근 급락의 배경을 볼 때 단기 회복을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최소한 반기 어닝시즌까지는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