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스토리] 3.3㎡당 평균 3818만원, 아파트 매매가 1위
재개발 본궤도 오르며 압구정·반포동 제치고 기대감 높아져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명성이 부활했다. '개가 포니를 타고 다닐 정도'란 별칭이 붙을 정도로 부호들이 모여 산다는 개포동이 전국 최고의 아파트값 대열에 올라선 것이다.
지난주 개포동 아파트의 3.3㎡당 매매가는 3818만원으로 압구정동(3804만원)과 반포동(3768만원)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부동산114가 집계한 결과다. 개포동은 지난 2010년까지 1위를 차지했으나 2011년 압구정동에 밀린 이후 최근에는 서초구 반포동에도 밀려 3위로 추락했었다. 불과 지난달 말까지 해도 3.3㎡당 아파트 값은 압구정-반포-개포 순이었으나 이달 들어 역전된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이달 거래된 '개포주공1단지' 50㎡가 8억9900만원에 팔려 단순 계산으로는 3.3㎡당 5933만원을 기록했다. 비슷한 시기에 반포동 '반포리체' 138㎡가 17억4000만원(3.3㎡당 4160만원), 압구정동 '구현대5차' 82㎡이 14억3900만원(3.3㎡당 5791만원)에 팔렸다.
개포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개포주공이 2006년쯤 3.3㎡당 6000만원까지 치솟아 최고점을 찍었는데, 그 때 수준의 80~90%까지는 회복됐다"며 "2단지의 경우 1~2달 안에 동호수 지정까지 마치고 나면 한번 더 값이 뛸 것"이라고 귀띔했다.
하반기 이주를 앞둔 '개포주공3단지' 매매가격도 크게 뛰었다. 전용면적 36㎡ 매매가가 올 초 6억2000만원 선에서 최근 7억원까지 올랐다. 51㎡은 9억5000만원을 웃돈다.
이처럼 개포동이 다시 뜬 이유는 자산가치 상승을 부르는 재건축 사업이 곳곳에서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개포주공2단지가 지난달 30일 이주를 완료했고 개포주공3단지와 '개포시영'은 관리처분인가를 눈앞에 두고 있어 오는 9월께부터 이주가 시작된다.
개포주공4단지와 개포주공1단지 역시 사업시행인가를 앞둔 상태다. 1680가구 규모의 개포8단지는 23일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매각돼 빠르면 4~5년 후 35층, 2000가구 이상 대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는 반포동의 대표격인 주공1단지, 신반포15차 등이 조합설립 단계인 것에 비해 확실히 빠른 속도다. 재건축 연한이 도래했으나 아직 사업을 시작하지 못한 압구정이나 대치동의 노후 아파트들도 지금부터 재건축 완료까지 최소 7~10년이 소요된다.
여기에 올 가을 집들이를 시작하는 인근 대치동 '래미안 대치청실'의 가격 상승세가 개포동의 기대감을 부추기고 있다. '래미안 대치청실'은 전용면적 92㎡가 16억원, 114㎡가 20억원 전후에서 거래돼 2년 전 분양가에서 25% 이상 급등했다.
과거 2000년 이전만 해도 강남의 주거지역은 크게 압구정동과 대치ㆍ개포동으로 양분됐다. 압구정동이 한강변을 끼고 형성된 대형 고급 아파트였다면 개포동은 조용하고 쾌적한 주거지역으로 손꼽혔다. 개포동은 개포고, 경기여고 등 학교도 우수하지만 대치동 학원가도 가까워 중ㆍ고등학교 자녀를 둔 부모들의 선호도가 높았다.
하지만 재건축 바람이 한창이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정부의 재건축 관련규제로 가격이 급락했고, 서초구 반포동의 반포2ㆍ3단지를 재건축한 '반포자이(2008년 입주)'와 '래미안 퍼스트지(2009년)'를 비롯해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2002년)', '도곡렉슬(2006년)' 등이 잇따라 신흥 고급 주거지로 떠오르면서 개포동은 상대적으로 '강남의 변방' 취급을 받아 왔다. 반포동은 이후 2013년 '아크로리버파크(신반포1차 재건축)' 분양이 성공리에 마치고 올 들어 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이 개통되는 호재를 맞아 범강남권 아파트 값을 이끌어 왔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에서는 개포와 반포를 두고 '재건축 2포'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며 "하지만 먼저 재건축을 진행한 반포 일부 단지가 강남의 최고가 아파트로 부러움의 대상이 됐듯 앞으로는 개포동의 신규 재건축 아파트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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