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양극화 갈수록 뚜렷…불황기 소비패턴 특징 심화
작은 사치는 더욱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아
작은 사치의 주요원인은 스트레스해소를 위한 자기보상심리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집밥 백선생 vs. 강남 데블스도어'
#케이블TV에서 방송하는 쿡방(요리하는 방송) 집밥 백선생 방송이 나간 이후 일요일 저녁 마트에 가면 통조림이 없다. 반면, 주말저녁 두 명이서 간단히 맥주 한 두 잔만 해도 10만원이 훌쩍 넘는 강남의 수제맥주 전문점 데블스도어에 가면 길게 선 줄이 끝이 없다.
불황기 소비패턴의 특징인 소비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저렴한 소비 패턴과 나를 위한 소비에 과감히 쓰는 작은사치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
불황이 깊어질수록 작은 사치는 더욱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저가형 합리적 소비 또한 스트레스를 높이는 소비활동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일 "과거에도 한국이 저성장기에 접어들면 일본과 유사한 소비패턴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이제는 소비의 양극화가 눈에 띄게 심화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일본을 사례를 들었다. NH증권에 따르면 과거 일본 소비 패턴은 경기 상황에 따라 고급 지향(80년대)→ 가격 지향(90년대) → 실속 지향(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 가치 지향(2000년대 초반 이후)으로 변화했다.
일본의 소비는 90년대 불황을 겪으면서 급격하게 위축됐고, 그 영향으로 낮은 가격대의 제품만을 구매하는 경향이 확대됐다(제품 선호도(↓), 가격 (↓)).
이후 소비가 스마트해지면서 실속, 실용 지향적인 소비 패턴으로 양극화됐으며(제품선호도(↑), 가격 (↓)), 2000년대에는 마음에 든 부가가치에 대해서는 대가를 지불해서라도 사는 가치 지향의 소비 트렌드가 나타난다(제품 선호도(↑), 가격 (↑))
그는 "90년대 일본의 주요 소비자는 '알뜰형 성인'이었다. 2000년대에는 단카이주니어, 세레브, 오타쿠가 주요 소비층"이라고 설명했다. 단카이주니어란 단카이세대 부모의 부를 물려받아 풍족한 청년기를 보냈던 사람들을 의미하며, 세레브는 부자로서 우아한 생활을 하면서 명품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오타쿠는 캐릭터, 피규어 등 특정 문화에 집중하는 개인주의적 사람들을 의미한다.
한국에는 포미족(For me 族)을 들었다. 본인이 즐기고 원하는 것에 한에 최고급 제품을 선호한다.
그는 "집밥 백선생이 저가형, 알뜰형 합리적 소비(low-end spend)를 대변하고 있다면, 포미족은 '작은 사치'를 추구하는 소비(high-end spend) 트렌드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작은 사치는 나를 위한 소비, 개인별로 가치를 두는 제품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소비 트렌드를 의미한다.
줄어든 월급 봉투에 팍팍한 일상에도 애견용품, 고가의 자전거, 프리미엄 오디오, 피규어, 럭셔리 여행, 고급레스토랑 등에 대한 수요는 확대되고 있다. 바캉스용 애견용품은 20만~30만원을 호가한다. 동물병원 신용카드 사용액(월간 일평균 기준)은 2011년 130억원에서 2014년 200억원으로 증가했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가계소비동향의 전국가구 월평균 소비 지출액 중 악기 기구, 장난감 및 취미상품, 운동 및 오락서비스, 문화서비스 지출 등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작은 사치의 주요 원인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자기보상심리로 프로이드 심리학에서 보상심리란 자기방어기제 중 성숙된 방어에 해당하며 심리적인 면에서 자신의 부족과 불완전을 보상해 인정을 획득한다는 의미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즉, 작은 사치는 불황에 따른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약화로 부동산 등과 같은 자산에 대한 구매 욕구가 저하되면서 먼 미래보다 현재의 나에게 보상을 주고자 하는 심리의 발현이라는 것이다. 집 구매 등 큰 소비를 통한 행복감보다는 작은 사치를 통한행복감이 더 합리적으로 여겨진 결과라는 것.
김 연구원은 작은 사치는 더욱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자기만족을 중시하는 가치지향적 소비는 자신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상품에 대한 지출을 제일 마지막에 줄이려고 할 것이며 저가형 합리적 소비 또한 스트레스를 높이는 소비활동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