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가처분 소송 기각으로 법리싸움에서 완패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이 9월 합병기일 이후까지 소송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엘리엇은 하지만 대법원에 가처분 소송에 대한 재항고를 하는 등 삼성물산과의 대립각을 계속 이어갈 것이란 신호를 보내고 있다.
엘리엇의 재항고는 대법원에서 각하될 가능성이 크다. 가처분 소송의 주요 내용이었던 삼성물산 주주총회와 KCC의 의결권 행사가 17일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이번 재항고를 법적 실익이 전혀 없는 '명분 쌓기용 소송'이라고 본다. 한 변호사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끝까지 자신들이 항전할 것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인 행동으로 본다"며 "재항고에 따른 실질적 이익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엇은 주총에서 합병이 성사된 이후 합병비율의 불공정성을 이유로 합병무효를 주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법 제236조는 합병 등기가 있은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을 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엘리엇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이번 합병이 철저히 오너 일가의 승계를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 1대 0.35가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현저하게 불리하므로 결의 자체가 무효라는 것이다.
1ㆍ2심 법원은 그러나 합병가액 산정이 허위자료에 의한 것이라거나 터무니없는 예상 수치에 근거한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엘리엇의 주장을 배척했다. 자본시장법과 시행령 해석에 따른 해당 판결을 뒤집을 법리가 없는 이상 본안 소송에서 엘리엇이 승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남은 방법은 합병비율을 자산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미국과 유럽 등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ISD(투자자ㆍ국가 간 소송)를 제기한 뒤 자사 소재지인 미국 법원이나 삼성물산 주식예탁증서(DR)가 상장된 영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소송을 전담하는 한 변호사는 "현재까지 국내법을 뒤집을 만한 아무런 근거를 내놓지 못하는 것을 보면 합의를 통해 최대한 이득을 얻는 전략을 쓸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앞서 엘리엇은 미국 P&G가 독일 웰라를 인수할 때 소송을 벌여 주식 매각가격을 약 12% 올리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미국 유통업체인 샵코가 사모펀드(PEF)에 주당 24달러에 매각이 결정됐을 때도 엘리엇은 인수 가격에 의문을 제기하며 투자자들을 끌어 모아 샵코를 압박한 끝에 매각가격을 29달러까지 높였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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