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미국 중앙은행) 의장은 15~16일 미국 의회에 출석한다. Fed의 통화정책 및 경제전망을 의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서다.
반기에 한 번씩 이뤄지는 Fed 의장의 통화정책 증언은 의회가 Fed를 감시하는 수단 중 하나다. Fed 의장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밖에 없는 자리다. 하지만 옐런 의장 입장에서 이번 증언은 그 어느 때보다 껄끄러운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Fed는 현재 2012년 3차 양적완화 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미국 법무부 조사를 받고 있다. 옐런 의장도 조사 대상자 중 한 명이다. 평소 Fed의 비밀스러운 운영 방식에 불만을 갖고 있던 의원 나리들에게 꼬투리가 잡힌 셈이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젭 헨설링(공화·텍사스) 위원장은 이 문제를 두고 옐런과 일전을 예고했다. 그는 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금융서비스위원회가 Fed에 자료를 요구했는데 Fed가 요청된 자료를 모두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헨설링 위원장은 금융서비스위원회가 옐런을 의회 모욕죄로 다룰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그는 "우리는 옐런 의장이 진실을 말해주기를 원한다"며 "법적으로 생산해야 할 문서가 있다면 Fed가 만들어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번 통화정책 증언에서 최대 화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와 관련한 옐런의 증언 내용이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옐런과 의회가 대치하면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논의의 비중이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더 나아가 Fed의 운영방식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Fed의 위상에 흠집이 나고 궁극적으로 Fed의 통화정책 운용 방식에 대한 법적인 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옐런 입장에서는 이번 의회 출석이 Fed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일전을 벌여야 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회는 Fed 통화정책 증언 관련 자료를 달라고 하면 매번 Fed가 빠르게 요구에 응하지 않는데다 내놓는 자료도 부실하다고 불만을 갖고 있다.
스캇 가렛 하원의원(공화·뉴저지)은 "통화정책 증언 때마다 다시 요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는 Fed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투명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콘 전 Fed 부의장은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Fed를 비판하는 이들은 결코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Fed에도 최소한 인식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콘 전 부의장은 Fed가 매우 신중하게 행동을 하되 의원의 3분의 2 정도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신중한 정도가 좋다고 말했다. 또 Fed가 의회의 요구에는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옐런의 전임자였던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임기가 끝날 무렵 옐런에게 의원들과 관계를 맺는 방법에 관해 조언을 했다고 전했다. 버냉키가 한 조언은 "의회가 우리의 상사라는 점을 우선 동의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취임 후 18개월 동안 옐런은 의회와 긴장된 관계를 해소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또 Fed와 의회의 긴장 관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7년째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