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국제 금값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연방준비제도(Fed)의 재닛 옐런 의장이 FOMC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금리인상 시기를 시사하면서 성명 내용이 비둘기파적이었다는 분석에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금 수요는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주간 기준으로 금값은 지난주 두 달만에 가장 가파르게 올랐다. 미국의 금리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낮게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 덕이다. 금 상장지수펀드(ETF) 가치는 8억8500만달러(약 9970억원) 증가했다. 이도 지난 1월 이래 최대치다. 반면 주간 기준으로 지난주 달러 가치는 2011년 이래 가장 가파르게 떨어졌다.
지난주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금 선물 가격은 2.8% 올라 온스당 1184.60달러에 이르러 올해 하락폭을 만회했다. 22종 원자재를 추적하는 블룸버그 원자재 지수는 2% 상승한 반면 블룸버그 달러 스팟 지수는 2.2% 하락했다.
23일에도 금값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3.1달러(0.3%) 상승한 1187.7달러를 기록했다. 미 뉴욕 소재 내셔널증권의 도널드 셀킨 수석 전략가는 "18일 Fed의 발표에 달러 강세가 주춤하고 금값이 오르는 분위기"라며 "전문가들은 금값이 바닥을 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은 장신구로 향후 수요가 꾸준하고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중산층이 급증하고 있는 중국ㆍ인도에서 특히 그럴 것이다. 구조적 관점에서 볼 때 앞으로 수년 동안 소득이 꾸준히 늘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인도와 중국의 금 수요는 계속 증가할 듯하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지난 10년 사이 인도와 중국의 금 수요는 71%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수요는 각각 14%, 38% 줄었다. 전문가들은 이를 일시적 현상으로 돌리고 있다.
인도의 금 수요가 급감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2013년 8월 금 수입 관세율이 2%에서 10%로 높아졌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 인도 무역부는 금 수입 관세율을 2%로 환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금 수요가 최근 감소한 것은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반(反)부패 운동 탓이다. 여기에는 중국 주식시장의 활황도 한몫했다. 투자 대상이 금에서 주식으로 바뀐 것이다.
게다가 각국 중앙은행은 많은 양의 금을 보유한다. 어떤 재앙에 대한 헤지수단이라는 금의 역할이 곧 종말을 고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 소재 시장조사업체 비앙코 리서치의 제임스 비앙코 창업자는 "금값이 이미 바닥을 쳤다"고 주장한다. 금값은 2011년 고점 대비 50%나 떨어졌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금값 급등을 주도한 것 가운데 하나가 금 ETF라고 지적했다. 당시 일반 투자자들은 돈을 별로 들이지 않고 값이 오르는 금에 쉽게 투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ETF가 보유 중인 금은 2010년보다 적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가 최근 펴낸 '2015년 금ㆍ은ㆍ구리 가격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금광업체 가운데 무려 73%는 비용절감, 생산성 향상, 기업 정리ㆍ통합을 올해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금광업체들이 이전 금값 하락으로 새로운 금광 개발에서 손떼면서 금 생산 증가세에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다. WGC에 따르면 2008~2013년 금 생산은 연간 평균 4.7%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의 경우 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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