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 정상화 착수에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을 것(be patient)"이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대신 "노동시장이 더 개선되고 인플레이션이 2% 목표치를 향해 근접한다는 '합리적 확신(reasonably confident)'이 설 때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새로운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정해놓은 길'을 가던 형태에서 '지표를 보면서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현지 일간 뉴욕타임스는 옐런 의장이 1년 전 정해놓은 길을 따르기보다 그때그때 나오는 지표에 따라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메시지라고 평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그가 "기계적인 해답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지만 중요한 것은 네 지표라고 최근 소개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게 일자리다. Fed가 금리를 인상하려면 가장 먼저 일자리가 계속 늘어야 한다. 옐런 의장은 "노동시장에 활력이 좀 더 생겨야 Fed의 확신감이 고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은 5.5%를 기록했다. 이달 FOMC는 장기 실업률 전망치를 5.0~5.2%로 하향 조정했다. 그쯤 돼야 인플레가 올라가고 노동시장의 활력으로 임금인상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둘째, 미 노동부에서 에너지·식료품을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제외한 채 월마다 발표하는 '근원 인플레'가 안정돼야 한다.
옐런 의장은 "에너지 가격 하락과 달러 강세로 인플레가 낮게 유지될 듯하다"며 "인플레를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에너지·식료품 가격보다 핵심 물가의 안정 혹은 인상 여부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셋째, 경기 슬럼프에서 벗어나려면 임금이 인상돼야 한다. 옐런 의장은 "임금인상을 인플레 신호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금이 느리나마 꾸준히 인상되고 있다는 것은 소매업체 타깃이나 월마트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임금이 인상되고 있음을 뒷받침할 만한 강력한 데이터는 아직 없다. 지난 2월까지 1년 사이 평균 시급은 겨우 2% 올랐다.
넷째, 인플레 기대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계와 투자자들은 앞으로 인플레가 조금 오를 것으로 본다. 옐런 의장은 "시장의 인플레 기대치에 주목할 것"이라며 "인플레 기대치가 높아지면 금리를 인상해도 좋다는 확신이 생길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지난 1월 현재 향후 5년간의 인플레 기대치는 1.75%다. 이것이 2%대로 올라서야 Fed는 자신 있게 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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