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SK네트웍스가 유통 대기업들의 서울 신규면세점 쟁탈권에서 고배를 마셨다. 올 초 KT렌탈 인수전에서 롯데에 승기를 뺏긴 이후 연이어 뼈아픈 패배를 맛 본 셈이다. 일각에서는 오너 부재로 사업 추진 과정에서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세청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는 10일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로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를 선정했다.
SK네트웍스는 23년 동안 워커힐 면세점을 운영해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내면세점을 사업 진출에 공을 들였다. 문종훈 사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확인된 소비재 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KT렌탈 인수에 실패한 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시내면세점 사업을 택한 것이다.
동대문 케레스타를 후보지로 선정하고 패션과 문화, 쇼핑이 어우러진 '아시아의 브로드웨이'로 업그레이드 시키겠다는 포부도 내놨다. 인근 사설 대형버스정류장과 임차계약을 맺어 200대 대형버스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등 사업권 획득 이후의 구상까지 완료했다.
전날 진행된 시내면세점 입찰기업 프레젠테이션(PT) 때 까지만 해도 문 사장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결과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최선을 다했다. 만약 면세점 입찰에 성공한다면 국가 관광사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사업권 획득에 실패했다.
업계에서는 SK네트웍스가 오너 부재로 사업 추진에 큰 힘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KT렌탈 인수전에 이어 연달아 고배를 마신 것은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에 둔 판단과 추진 동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사업권을 따낸 HDC신라면세점의 경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리더십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사장은 메르스 사태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자 중국 현지 여행사, 외교부 관계자들을 잇따라 면담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전날 이뤄진 PT 현장에서 직접 나타나 담당자들을 격려했다.
SK네트웍스는 올해 말 만료되는 서울·부산 시내면세점 4곳에 대한 후속사업자 선정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SK네트웍스가 운영하고 있는 워커힐면세점 역시 오는 11월16일 특허가 만료된다. 재계 관계자는 "기존 면세점에 대한 특허 경쟁은 고용과 사업 연계성 때문에 기존 사업자가 유리하다"면서도 "전문경영인이 독단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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