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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이 커질수록…毒해지는 총수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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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이 커질수록…毒해지는 총수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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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위기의식 없인 성장도 없다."(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ㆍ6월 임원회의)
"승부를 걸어야 할 사업은 철저히 실행하라."(구본무 LG 회장ㆍ7일 임원세미나)
"무지의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신동빈 롯데그룹 회장ㆍ8일 사장단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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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계 총수들의 입이 독해졌다. 원론적이고 두루뭉술한 화법(話法)을 벗어나 고강도 직설화법을 동원하고 있다. 그룹 전반에 긴장감을 한층 끌어올리는 한편 총수부터 그룹이 마주한 위기극복에 앞장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오는 14~15일 예정된 현대차와 기아차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위기의식과 도전정신을 재차 강조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지난 6월에는 임직원들에게 "위기의식 없이는 성장도 없다"면서 위기론과 함께 위기 정면돌파론을 설파했다. 정 회장은 그동안 품질경영 등의 경영화두만 제시해 왔다. 정 회장은 눌변이지만 정곡을 찌르는 직설화법으로 유명해 그룹 경영진과 법인장들의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절제된 화법의 구본무 LG 회장은 지난해 이후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지난 7일 임원세미나에서 "승부를 걸어야 할 사업에 대해서는 조직의 모든 힘을 모아 철저하게 실행해 달라"고 승부론을 꺼냈다. 승부를 걸어야 할 사업이라면 과감하게 시장을 확대하고 빠르게 변하는 외부환경에 대응해 시장선도를 가속화해야 한다는 맥락이라고 그룹 관계자는 설명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원톱'체제가 굳어질수록 화법도 공격적으로 변했다. 지난해 6월 상반기 사장단 회의에서는 롯데홈쇼핑 납품비리와 관련해 "충격과 실망 그 자체였다"며 무관용원칙을 밝혔다. 그해 11월 하반기 사장단회의에서는 롯데월드몰 안전문제와 관련해 맹자에 나오는 '청사탁영 탁사탁족(淸斯濯纓 濁斯濯足)'을 예로 들며 "갓끈을 씻는 물이 될지 발을 씻는 물이 될지는 물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각자가 스스로를 되돌아보라"고 지적했다.


지난 8일 상반기 사장단회의에서는 "요즘처럼 모든 것이 급속히 변하는 세상에서는 무엇이 리스크인지조차 모르는 무지(無知)의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키우라고 주문했다.


엔지니어 출신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입에선 '현장'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온다. 권 회장은 "탁상공론만 하는 기업은 지금처럼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나부터 필드형 CEO(최고경영자)가 돼 현장과 호흡하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수익성 악화와 함께 검찰의 내부 비리 수사, 대우인터내셔널과의 '항명사태' 등으로 실추된 기업 이미지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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