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대구에 있는 밸브 전문업체 화성은 최근 소액주주들에게 단비 같은 소식을 전했다. 첫째는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이인준 전 베스트자문 대표가 감사위원 자리에 앉게 된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12년 만에 처음으로 배당을 실시한다는 소식이었다.
회사의 이런 변화에는 장원규(52·사진) 화성 대표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 장 대표는 9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세계적으로 배당을 실시하는 추세이므로 이 흐름에 동참하겠다"면서 "오는 9월 반기 결산 후 중간배당을 실시하기 위해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가능성만 타진했던 장 대표가 직접 배당에 대한 뜻을 밝힌 것이다. 지난달 2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배당률 등 소액주주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배당이 불발됐지만 연내 이 숙제를 꼭 풀겠다는 게 장 대표의 생각이다. 그간 배당에 인색했던 건 회사의 체질을 튼튼하게 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던 시절부터 워런 버핏의 경영 철학을 존경했다"면서 "회사의 가치를 키우는 게 곧 주주의 가치를 제고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회사의 내실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1993년 회사에 입사해 2000년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그는 업력 30여년을 자랑하는 화성을 강소기업으로 키우는 데 분투했다. 창업 이듬해 액화석유가스(LPG) 용기용 밸브 생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황동 볼ㆍ절연 볼ㆍ매몰형 볼ㆍ플랜지형 볼 밸브, 대구경 석유화학, 플랜트용 밸브에 이르기까지 수백여종의 밸브를 생산해 왔다. 경쟁사가 난립한 국내 밸브시장에서 흑자 기조를 이어오는 저력을 보여줬다. 2012년 656억7300만원, 2013년 586억4400만원, 2014년 458억3400만원 등 꾸준한 매출을 올렸다. 무차입 회사라는 점도 화성의 튼튼한 재정 상황을 짐작게 한다.
다른 코스닥업체들이 업종과 무관하게 화장품ㆍ제약ㆍ바이오 산업에 기웃거릴 때 그는 한 우물만 팠다. 신사업 진출 계획을 묻자 "외형을 키우고 싶은 유혹도 있었지만 오로지 밸브 산업으로 승부를 걸겠다"면서 "외형 확장보다는 강소기업이 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연구개발(R&D)하기도 바쁘다"고 손사래를 쳤다. 화성은 매년 매출의 5%를 고부가가치 제품을 위한 R&D에 투자하고 있다.
올해는 고부가가치시장 확대를 통해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장 대표는 "올해 경영 목표는 매출 550억원, 영업이익 45억원"이라며 "이미 지난해 1분기 대비 올해 1분기(4~6월) 10%의 매출 성장을 이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2003년 이후 뚝 끊겼던 배당을 12년 만에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우량한 실적에서 비롯됐다. 장 대표는 "2008년 배당을 실시하려다가 미국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철회했다"면서 "최근 자사주 처분 결정을 내리면서 현금 여력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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