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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찬반 여부 자체 결정하라" 여론 압박 크지만

- 외부 자문기관 반대의견 등 무시한채 독자 행보 어려워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정준영 기자]국민연금이 9, 10일 중으로 투자위원회를 열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대한 찬반 여부를 내부의 기금운용본부 산하의 투자위원회에 물을지, 보건복지부 산하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넘길지 결정한다. 업계에서는 어느 곳에 찬반 의견을 묻느냐에 따라 찬반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국부유출 논란 등 국가경제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을 따르자면 전문위원회에 넘기기보다는 자체 투자위원회에서 찬성에 힘을 실으면 된다. 하지만 기업지배구조연구원,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서스틴베스트 등 외부 의결권 자문기관이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며 반대의견을 내놓은 가운데 독자 행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의결위에 찬반 의견을 묻지 않을 명분과 근거가 있어야 한다. 국민연금의 내부 의결권 행사지침에 대한 반대 논리도 있어야 한다. 의결권 행사지침은 사안별로 검토하되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거나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하려고 하는 경우 반대나 기권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놓기 힘든 이유다.


그렇다고 반대를 결정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칫 외국계 투기자본의 손을 들어줘 국부유출에 일조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위원회에 일임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의결위는 지난달 SK와 SK C&C 합병 건에 대해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반대했다. 9명의 위원들 성향상 국부유출 논리보다 주주가치 훼손 쪽에 손을 들 가능성이 높다.


당시 김성민 의결위 위원장은 합병비율 산정 과정이 적법해도 국민 피해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언급해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판단이 녹록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여기에 SK그룹과 삼성그룹의 사정이 다른 것도 고민을 깊게 한다. 이미 소버린 사태 교훈(?)을 익힌 SK그룹은 충분한 실질 지배력을 확보해 이번 합병에서 국민연금의 의견이 향배를 가를 상황도 아니었다. 실제 합병 주총에서 주주들은 합병안에 대해 87~90% 찬성표를 던졌다. 사실상 결론이 정해진 상황에서 쓴소리는 어렵지 않지만 순환출자로 직접 지배력이 약한 삼성그룹은 사정이 다르다.


이에 의결위의 인적 구성을 둘러싼 논란으로 불씨를 옮겨 국민연금이 직접 찬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의결위 전문위원은 연구기관 추천 1명, 정부ㆍ사용자단체ㆍ근로자단체ㆍ지역가입자단체 추천 각 2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됐다. 삼성계열사에서 근무하거나 자문위원을 지낸 인사들이 포함돼 공정성을 다하지 못하리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처럼 한 쪽에는 반대표를 한 쪽에는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의결권 행사지침을 따르면서 국부유출에 대한 부담을 동시에 해소하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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