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 사장단 긴급 간담회…"내수 살리기 총력"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오주연 기자] 재계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로 침체에 빠진 내수를 살리기 위해 총력을 다하기로 했다. 대내외 변수에 관계없이 연초 계획했던 투자를 예정대로 진행하고 전통시장 살리기, 국내 여행 장려, 외국 관광객 유치 등 내수 활성화에 적극 동참키로 했다. 재계는 또 국회에 내수 활성화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경제활성화법과 추가경정 예산을 조속히 통과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국내 30 그룹 사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간담회를 열고 '경제난 극복을 위한 기업인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를 주재한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인사말에서 "지금 직면한 경제상황이 매우 어렵고 이를 방치할 경우 경제비상사태로 직면할 수 있다"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우리 기업인들이 먼저 나서 경제살리는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고 간담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는 전날 긴급하게 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을 비롯해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부사장, 김영태 SK 사장, 황각규 롯데 사장, 정택근 GS 사장, 금춘수 한화 사장, 최광주 두산 부회장, 이채욱 CJ 부회장, 김규영 효성 사장 등 국내 주요 그룹 사장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1시간 넘게 진행됐으며, 사장단은 회의시간 내내 소비심리 위축 상황에 자칫 정부의 정책만으로는 힘에 부칠 수도 있다는 점에 공감하고, 기업이 앞장서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모그룹의 사장은 "6개월 연속 마이너스 수출과 메르스 발 내수 침체로 경기부진이 지속돼 올해 2% 경제성장이 우려되지만, 기업인들은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경제 위기 극복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사장단은 간담회 직후 '경제난 극복을 위한 기업인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우선 대내외 변수에 흔들림 없이 연초 계획했된 투자를 그대로 진행하고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전통시장 살리기, 국내 여행 가기 캠페인, 외국 관광객 유치 등 내수활성화 사업에도 적극 동참키로 했다. 삼성그룹은 전국 21개 사업장에서 직거래 장터를 개설, 농수산물과 지역상품을 적극 구입할 예정이고, 현대차 그룹은 해외 딜러와 고객 초청행사, 우수사원 연수 등 해외 현지 임직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를 국내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SK그룹은 임직원이 자율적으로 헌혈에 참여하면 회사는 임직원 한 사람당 10만원의 온누리상품권을 유관기관에 기부해 메르스로 고통받는 취약계층에게 전달했고, LG그룹은 온누리상품권 구입과 그룹 전직원을 대상으로 여름휴가를 국내에서 보내는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사장단은 국회가 경제활성화 법안과 추경예산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와 국민은 기업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정책적, 심리적 여건 조성에 관심과 응원해 줄 것도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성명에서 "우리는 과거 정부, 국민, 기업이 하나돼 경제를 도약시켰던 소중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경제 주체가 모두 힘을 합친다면 경제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