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 "장관이 되실겁니다."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난데없이 예언이 등장했다. 김현웅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김 후보자에게 "장관은 되실 거에요"라고 했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논의조차 안한 상황에서 김 후보자의 청문회 통과를 기정사실화한 발언이었다.
박 의원 말처럼 이날 청문회는 긴장감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과거 신상털기 청문회의 단골 질의였던 '도덕성·인성' 관련 질타는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야당 의원들의 입에선 정책현안 질의와 함께 청문회에선 보기 드문 덕담이 쏟아졌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의원은 "많은 청문회 했지만 우리 후보자 경우 도덕적 하자가 별로 없어 보이는 몇 안 되는 드문 후보자 중 한분"이라고 칭찬했다. 같은 당의 서영교 의원도 "도덕적으로 깨끗해서 좋다. 잘 살았다"며 "유혹이 많았을 텐데, 위장전입 등 문제, 전관예우도 없을 뿐더러 여러 문제에서 괜찮다.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이처럼 김 후보자를 검증하는 자리는 기존의 강경일변도이던 청문회와 180도 달랐다. 새정치연합은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청문회 땐 반대 토론 후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본회의장을 퇴장하기도 했다. 지난달 열렸던 황교안 국무총리 청문회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현웅 청문회가 이례적이고 낯설었단 느낌마저 드는 이유다.
이 같은 청문회가 가능했던 이유로 야당에서도 '탕평 인사'라고 평가하는 호남 출신 인사였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언주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도 지난달 21일 "청와대가 호남 출신 김형우 서울고검장을 신임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한 것은 출신 지역을 고심한 인사로 보여진다"고 논평했다. 더불어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논란 등 당내 분란이 격화된 새누리당도 김 후보자 청문회는 "조용히 가자"는 분위기가 많았다고 전해진다.
다만 일각에선 검증의 날이 무딘 거 아니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야당 관계자는 “청문회를 하는 지도 모르게 조용히 지나갔다”며 “후보자가 시인한 위장전입 등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이 진행된 청문회가 당황스럽기 까지 했다”고 꼬집었다.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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