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빚을 진 가계와 기업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가계는 늘어난 빚을 갚기에 바쁘고 기업들은 영업으로 번 돈으로 이자도 제대로 갚지 못한다는 게 골자다. 저금리가 부채절벽의 위기를 가리고 있을 뿐이다. 그리스 사태에다 중국의 성장둔화, 미국의 금리 인상 등 국제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충격을 최소화할 정교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길 바란다.
한국은행이 어제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는 빚으로 연명해온 가계와 기업들의 한계 상황을 드러낸다. 3월 말 기준으로 가계부채는 1099조원으로 집계됐지만 이미 11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쓸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138.1%로 6개월 전에 비해 2.7%포인트 뛰었다.
빚 갚을 능력을 잃거나 한계에 이른 가구도 상당하다. 금융자산보다 부채가 많고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비율(DSR)이 40%를 넘는 '한계가구'는 전체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13.8%에 이른다. 부채가 있는 1090만가구 중 빚을 갚지 못할 수 있는 '위험가구비율' 역시 10.3%나 된다. 소득이 늘지 않는데도 부채 상환부담이 커지니 가계는 돌려막기로 연명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9개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신규 취급액 기준) 가운데 대출금 상환용도 비중이 31.2%에 이른다. 지난해 1~7월(17.1%)에 비하면 두 배에 가깝다.
기업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2009~2014년 5년간 자본이 감소했는데도 부채가 늘어난 기업은 14.5%에 달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기업 비율은 12.8%에서 지난해 15.2%로 높아졌다.
가계와 기업이 부채의 늪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고돼 있어 우려가 크다. 정책ㆍ금융당국은 충격을 최소화할 대비책을 철저히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한은은 금리인상과 주택가격 하락 등 복합충격이 올 경우 저소득층은 물론 고소득층과 자영업자의 부실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출상환능력 심사 강화와 분할상환 유도,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 지역의 확대 등 다각적이며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적극 마련하기 바란다. 물론 금융당국만의 노력으로 모든 부채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가계와 기업의 자생력 회복이 근본 해법이다.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빨리 탈출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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