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옹호관 파견 예정..."양측 주장 엇갈려 사실 관계 파악"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자폐아동이 친구들로부터 '체포놀이'를 빙자한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사실 관계를 부인하고 있고, 서울시교육청이 진상조사에 들어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사태는 자신을 초등학교 3학년 A군의 어머니 B씨가 지난 29일 한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B씨는 "아이가 밝힌 바에 따르면 급우 2명에게서 '체포놀이'로 위장된 폭행에 수시로 끌려다녔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B씨는 '체포놀이'를 한명을 체포된 범인처럼 꾸며 뒤로 두 손을 잡고 목을 뒤로 접히고 신체에 상해를 가하는 놀이라고 설명했다.
B씨는 또 "지난달 13일에는 어른들에게 털어놓았다는 이유로 가해학생들이 화장실에서 바지 속에 손을 넣어 성기를 잡아 뜯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아들 A군이 발달장애의 일종으로 대인관계에 지장이 있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며 "(A군이) 다른 사람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 숨은 의도를 파악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B씨는 글과 함께 아이의 몸에 난 상처를 찍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B씨의 글은 SNS 등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틀 새 5만여명이 가해 학생의 처벌을 원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러자 학교 측이 29~30일 이틀간 수차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고 진상을 확인했다. 학교 측은 그러나 "체포 놀이를 하고 피해 학생을 밀친 점은 인정되지만 이 과정에서 멍이 들었거나 성기에 상처가 났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며 일부만 사실로 인정했다. 학교 측은 이에 따라 가해 학생들에 대해 교실 내에서 A군과의 접촉과 보복 행위를 금지하고, 특별 교육 2시간을 결정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의 부모는 폭행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한 학생의 어머니 C씨는 B씨가 서명운동 글을 올린 같은 날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려 "학교에서 진행한 두 차례 반 학생들에 개별 면담 등 조사과정에서 목격자를 찾을 수 없었다"며 "피해주장 학생 측이 처음에는 사고 발생 장소를 교실이라 했으나 사건 당일 담임선생님조차 폭력을 보지 못하였다고 하자 화장실이라고 하는 등 말을 바꾸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C씨는 "아이와 A군이 유치원 때부터 절친한 친구였고 사건 발생 10일전까지도 어머니들과 함께 동물원에 갈 정도로 친했다"며 "경찰과 학교 등 관계자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달라"고 요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시교육청은 진상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31일 "양측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사실관계부터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며 "해당 학교에 학생인권옹호관을 파견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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